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궁지에 몰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폐기를 유도하려는 전략이 실패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미국 조야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워싱턴 포스트(WP)의 제니퍼 루빈 칼럼니스트는 9일(현지시간) ‘트럼프의 대외 정책 실패 5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대북 정책을 그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 소용돌이 속에서 엉뚱하게 화살을 한국에 돌렸다. 그는 전날 미국 플로리다주 패너마시티비치 유세에서 엉터리 숫자를 들이대며 한국의 방위비 분담 문제를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으나 그동안의 발언을 통해 한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하면서 “위험한 영토를 지키려고 우리가 돈을 많이 쓰는 나라가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우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라’라고 한국을 규정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의 뉴스위크는 이날 “김정은이 미사일을 쏘고 있는 와중에 트럼프가 방위비 문제로 한국을 꾸짖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뺨을 맞고, 엉뚱하게 한국에 분풀이를 하는 셈이다.
◆엉터리 분담금 수치
트럼프 대통령이 서슴없이 거짓말을 하거나 사실을 호도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지난달 27일까지 828일 동안의 재임 동안 하루 평균 12번, 모두 1만 111번 거짓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취임 초반에는 하루에 5번 정도 거짓말을 했으나 최근 들어 하루에도 스무 번이 넘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나 주한미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과 관련해 엉터리 통계 수치를 습관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플로리다주 유세에서 “장군에게 ‘이 부자 나라를 지키는 데 얼마나 드느냐’고 물으니 50억(약 5조 9125억원) 달러라고 했다”면서 “그들은 얼마나 내느냐고 물었더니 5억 달러(약 5912억5000만 원)라더라”고 했다. 그는 이어 “매우 돈이 많고, 아마도 우리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을 것 같은 나라를 지키는 데 45억 달러를 잃는 것이다”면서 “믿어지냐”고 반문했다. 트럼프는 이어 “그래서 그 나라 지도자에게 전화했고, 불공평하니 당신들이 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그는 (예산이) 의회를 통과했다며 5억 달러 이상은 못 주겠다고 하기에 나는 7억5000만 달러로 하자고 했지만, 결국 5억 달러 근처에서 합의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나머지를 요구하라고 우리 사람들에게 얘기했다”면서 “그 나라 이름을 말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27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그린베이 연설에서도 이와 유사한 발언을 했다. 트럼프는 특히 그린베이 연설에서 “그 나라에 전화해서 45억 달러를 손해 보는 일은 더 할 수 없다고, 미친 일이라고 말했다”면서 “그러자 상대는 예산이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5억 달러를 더 줄 수 있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난 더 원한다고 말했고, 그래서 그들은 5억 달러 이상을 내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 가서명이 이뤄진 지 이틀이 지난 지난 2월 12일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도 “한국이 분담금 5억 달러를 더 내기로 했다”면서 “우리가 한국에 쓰는 비용은 50억 달러이고, 한국은 5억 달러를 지불해왔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이 10차 분담금 특별협정(SMA)에서 합의한 액수는 전년도(9602억원)보다 787억원(8.2%) 인상된 1조389억원이다.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절반가량을 부담하고 있어 미국이 한국 방어에 50억 달러를 쓴다는 것은 터무니없이 부풀린 주장이다.
◆VOA의 반박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유세에서 지칭한 국가가 한국이고, 그가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다시 불을 붙였다고 전했다. VOA는 “한국이 지난 2월에 분담금으로 9억25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고, 이는 전년도 대비 8%가 오른 것으로 한국이 2배를 더 내도록 납득을 시켰다고 한 트럼프의 주장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이 방송은 “트럼프가 한국 방어에 50억 달러가 든다고 했으나 대체적인 추정치는 20억 달러에 가깝다”고 전했다. VOA는 “미군 주둔에 필요한 비용을 한국이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한국이 거부한다”면서 “한국은 약 20억 달러의 주둔 비용 중 절반 가량을 대고 있고, 여기에는 특히 한국이 주한 미군에 무상으로 대여해주는 토지의 임대료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한다”고 강조했다.
VOA는 “지난 2017년 세계은행 통계를 기준으로 할 때 한국은 방위비로 국내총생산(GDP)의 2.6%를 지출하고 있고, 이는 미국을 제외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어느 회원국보다 높은 수치”라고 전했다. 이 방송은 또 “한국이 세계 최대 해외 미군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를 건설하는 비용의 90% 이상을 지불했다”고 강조했다.
VOA는 “트럼프가 지난 2월에 한국에 미군이 4만 명 주둔하고 있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2만 8500명가량이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미국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라’라고 한 것도 맞지 않는다고 이 방송이 지적했다. VOA는 “갤럽이 2018년에 실시한 조사에서 한국인 응답자의 80%가 미국에 대해 호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방송은 “갤럽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한다는 한국인 응답자의 비율은 44%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