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워싱턴에서 이틀째 무역협상을 이어갔다. 양국 협상 대표단은 지난 9일(현지시간) 90분간 협상을 벌인 데 이어 10일 협상을 재개했다. 미국은 이와 별도로 10일 0시1분부터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인상했다. 이번 관세 인상은 미·중 간 최종협상 결과에 따라 철회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 대표단은 전날 오후 5시부터 워싱턴 미 무역대표부(USTR) 청사에서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이날 0시1분부터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미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CBP) 대변인은 “10일 0시1분 이전에 미국을 향해 출발한 중국 화물에 대해서는 기존대로 10%의 관세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정부가 추가 관세의 적용 시기에 유예를 둬 협상 시간을 벌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양국 간 합의가 이뤄지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소급해서 인상된 관세를 철회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면서 “시 주석이 친서에서 ‘함께 협력하자,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자’라고 언급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는 “중국과의 협상은 매우 적절한 방식으로 계속하고 꼭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적었다.
하지만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관세 인상 직후 성명을 통해 보복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오펑(高峰) 상무부 대변인은 “중국은 (미국의 관세율 인상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어쩔 수 없이 보복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1급 간부회의를 열고 “미·중 무역협상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적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만반의 대비태세를 가동하라”고 주문했다.
워싱턴·베이징=정재영·이우승 특파원, 박영준 기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