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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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국에 폐플라스틱 떠넘기기’ 이젠 못한다

180여국 바젤협약 대상 포함 합의 / 수입국 허가 얻어야만 수출 가능 / 플라스틱 종류 분리 여부는 미정

앞으로 쓰레기와 다를 바 없는 폐플라스틱은 개발도상국에 수출할 수 없게 된다. 재활용이란 명분으로 개도국을 ‘선진국의 쓰레기통’처럼 이용해 온 국제사회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바젤·로테르담·스톡홀름협약(BRS) 사무국은 10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180여 당사국이 바젤협약 규제 대상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포함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바젤협약은 국가 간 폐기물 이동을 규제하는 국제협약이다. 유해 폐기물 거래 시 경유·수입국에 반드시 통보해야 하고, 불법거래가 적발되면 원상태로 되돌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매년 국제적으로 거래되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수백만t에 이른다. 그럼에도 폐플라스틱은 바젤협약에 포함되지 않아 선진국의 넘쳐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개도국으로 여과 없이 흘러들곤 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중국이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을 중단하면서 갈 곳을 잃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동남아에 쌓이기 시작했다. 이에 노르웨이는 지난해 6월 플라스틱 폐기물을 바젤협약 허가대상에 포함하자는 개정안을 제출했고, 당사국 총회에 모인 국가들은 이날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올레 토마손 노르웨이 환경국 선임자문관은 총회 후 세계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결과에 매우 만족한다”며 “개정 협약으로 각국은 ‘더러운 폐플라스틱을 거절할 권리’를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바젤협약 당사국이 아니다. 이번 개정에도 반대해왔다. 그러나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도 당사국 동의 없이는 폐기물을 수출할 수 없다.

개정 협약의 핵심은 ‘재활용할 수 있는 깨끗한 폐플라스틱만 거래하자’는 것이다.

 

앞으로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출하려는 국가는 수입국 정부의 허가를 얻어야 하고, 이를 위해 각국은 국내법을 정비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된 한국산 플라스틱 쓰레기 사건이 국내외로 파장을 일으키자 지난 2월 플라스틱 수출입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강대준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사무관은 “수입국 사전 동의라는 절차가 생기는 만큼 필리핀 불법 수출 같은 일은 재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어느 선까지 사전동의를 구할 것인가’ 하는 부분은 과제로 남았다. ‘폐플라스틱 수출입 허가제’라는 대전제와 ‘플라스틱과 그 외 폐기물이 뒤섞인 쓰레기는 규제하자’는 데는 뜻을 모았지만, ‘페트(PET)와 폴리염화비닐(PVC) 등 플라스틱 종류를 다 분리거래해야 하는지’ 여부는 결정하지 못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