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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정보공개 예산…서울·지방 최대 2554배차 [알권리는 우리의 삶이다]

세계일보, 17개 시·도 예산 입수·분석 / 서울 작년 예산 11억6500만원 최다 / 울산 45만원 최저… 경기도 560만원 / 지방 주민들은 정보공개서도 소외

“국가 균형발전의 엔진을 더 강력하게 돌리겠습니다.”

 

지난해 2월 문재인 대통령은 균형발전과 지역격차 해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울과 지방의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관계를 바로잡는 일은 현 정부 핵심 과제 중 하나다. 그런데 경제력 못지않게 주민의 ‘알권리’도 지역 간 격차가 상당하다. 정보공개 시스템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지방자치단체별로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12일 세계일보 취재팀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전국 17개 시·도의 정보공개 관련 예산 현황을 입수·분석한 결과 서울과 지방의 예산 차이가 적게는 116배에서 많게는 무려 2554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을 뺀 16개 시·도의 관련 예산을 다 더한 금액이 서울시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지방에 사는 국민은 알권리 실현에서 서울시민보다 훨씬 더 소외돼 있다는 뜻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정보공개제도와 관련해 총 11억6500만원을 썼다. 홈페이지의 ‘정보소통광장’ 운영에 6억원을 들였고 나머지는 시스템 개발과 교육, 홍보 등에 썼다.

반면 울산시는 지난해 관련 예산이 고작 45만6000원이었다. 2017년 91만원이던 것이 1년 새 ‘반 토막’이 났다. 충남(66만원), 인천(112만원), 경남(120만원), 부산(120만원), 충북(143만원), 세종(175만원)도 200만원 이하였다. 경기는 서울보다 인구가 300만명 더 많은 국내 최대 지자체인데도 관련 예산은 560만원에 불과했다.

 

서울시민이 유난히 정보공개 청구를 많이 하는 것도 아니다. 인구 10만명당 정보공개 청구 건수로 따질 경우 서울시는 169.6건으로 17개 시·도 중 12번째다. 세종(869.6건)이나 제주(471.1건)보다 훨씬 적고 대구(156.8건)와 비슷한 수준이다.

 

서울을 제외한 지자체들의 열악한 재정 여건을 들어 ‘중앙정부의 개입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행정안전부는 “지자체에 ‘간섭’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이상석 공익재정연구소장은 “(정보공개의) 지역격차가 좁혀지기는커녕 오히려 벌어지고 있다”며 “같은 국민이라도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알권리 충족에 차이가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특별기획취재팀 wintero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