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포함된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피신조서) 증거능력 제한에 대해 대법원이 “증거능력을 제한해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한다는 입법취지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과거 국회에 전달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14일 세계일보가 확인한 2016년 11월 제4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행정처는 검찰 피신조서와 관련해 증거능력을 제한해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은 국회에 출석해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피신조서의 증거능력 인정 요건을 차별화하는 입법례는 전혀 없다”며 “(우리나라에) 이런 입법례가 형성된 것은 일제 식민지 시대에 고문경찰관에 의한 인권유린 사례로 인한 아픈 역사적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제한해 실질적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한다는 입법 취지에 공감한다”고 강조했다.
그해 9월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 등 민주당·무소속 의원 12명은 검찰 피신조서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임 전 차장이 사법부를 대표해 국회에 출석,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이다. 금 의원안은 패스트트랙에 오른 검·경수사권 조정안과 마찬가지로 검찰 피신조서 증거능력 인정 요건을 사법경찰관과 동일하게 하도록 했다. 현행 형소법 312조에 따르면 검찰과 달리 경찰이 작성한 피신조서는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인정할 때만 증거로 쓸 수 있다.
경찰도 행정처 의견을 인용해 검·경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검찰 피신조서 증거능력 인정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제3차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검찰·경찰개혁소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임호선 경찰청 차장은 국회에서 “행정처에서 의견을 낸 것과 마찬가지로 경찰, 검찰이 작성했든 동일하게 (피신조서 증거능력 인정) 규정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 피신조서 증거능력 제한을 둘러싼 논의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법부 의견이 중요하다는 견해를 표명한 것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최근 취임 2주년 특집 대담에서 피신조서와 관련해 법원 측 의견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검찰 피신조서 증거능력이 제한되면 재판이 크게 지연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하지만 실제로는 꼭 그렇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참여정부 시절에도 형소법 312조가 개정됐지만 이를 전후로 공판 심리기간에는 큰 변동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에 따르면, 개정된 형소법 312조가 시행된 2008년의 경우 1심 형사재판 합의사건의 평균 심리기간은 3.5개월이었다. 2007년과 2009년의 경우 각각 3.5개월, 3.6개월을 기록했다. 재경지법의 한 법관은 “검찰 피신조서 증거능력 제한이 심리기간에 다소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국민참여재판, 공판중심주의 추세일 뿐 증거능력 제한 때문만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검찰과 경찰의 피신조서를 차등적으로 적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미국은 조서 작성 의무가 없고, 독일은 원칙적으로 조서에 직접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프랑스와 일본은 검찰과 경찰을 구분해 차등적으로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