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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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축구클럽 교통사고, 어른들 사과했지만… 공허한 메아리

지난 15일 발생한 ‘인천 축구클럽 통학차량 교통사고’ 희생자 아이들을 위한 추모공간이 사고 현장인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한 사거리에 들어섰다. 

어른들이 사과했다. 하지만 그들의 “미안하다”는 말을 들어줄 아이들은 없었다. 과자와 음료수 등 각종 먹을거리에 인형까지 있었지만, 먹고 마시고 껴안고 놀 아이들은 그곳에 없었다.

 

앞서 지난 15일 발생한 ‘인천 축구클럽 통학차량 교통사고’ 희생자 아이들을 위한 추모공간이 사고 현장인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한 사거리에 들어섰다. 17일 이곳에서 만난 연수구청 관계자는 “주민들께서 먼저 추모공간을 만들고 나중에 구에서 힘을 보탰다”며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자원봉사센터에서 나오신 분들이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모공간은 오는 19일까지 운영된다.

 

◆헌화와 추모 메시지로 넋 기려…“어른들이 미안하다”

 

아침부터 시민들 발길이 이어졌다. 인근 초등학교 교사 예비 부부는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적었다고 밝힌 뒤, “비슷한 나이대의 아이들을 매일 봐서 사고가 더 뼈아프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여러 주민이 추모공간을 방문해 헌화와 메시지로 아이들 넋을 기렸다.

 

기자가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1시간 정도 현장에 머무는 동안 각종 유치원과 학교 통학차량 10여대가 근처를 지났다. 한 유치원 차량 운전자는 신호 대기 중 안타까운 표정으로 추모공간을 바라봤으며, 또 다른 통학차량 운전자는 창문을 내리고 남의 일이 아니라는 듯 다소 슬픈 표정으로 현장을 본 뒤 자리를 떴다.

 

미안하다면서 어른의 잘못을 뉘우치는 메시지가 대부분이었다. 한 시민은 “어른들 잘못으로 희생된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했으며, 다른 이는 “다시는 이러한 불의의 사고로 소중한 우리 아이들에게 안타깝고 비통한 일이 발생하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했다.

 

아이들이 붙인 것으로 보이는 메시지도 있었다. 하고 싶은 축구를 천국에서 마음껏 하라는 글과 함께 축구공이 그려진 쪽지, 어른들이 훌쩍인다면서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라는 고사리손 메시지가 보는 이들을 슬프게 했다. 한 아이는 “엄마 만나지 못해서 속상하지”라고 물은 뒤 “하늘나라에서 엄마, 아빠를 꼭 지켜봐 줘”라고 했다.

 

◆안전운전 맹세했는데…옆에서 지켜본 현실은

 

신호위반·불법유턴을 하지 않겠다면서 안전운전을 맹세한 어른의 메시지, 이번 일을 계기로 어른들의 교통안전 의식이 성장하길 바란다는 글도 있었지만 바로 옆에서 벌어진 일들은 이러한 약속을 무색하게 했다.

 

사고 현장 인근은 최고 시속 30㎞ 제한 구간이며, ‘신호준수’와 ‘어린이 보호구역’ 안내판으로 교통안전 준수를 운전자들에게 요구하지만, 이를 무시하듯 ‘쌩’ 지나는 차량이나 신호가 초록불로 바뀌기 무섭게 달려나가는 차량이 잇따랐다.

 

한편 지난 15일 오후 7시58분쯤 발생한 문제의 사고는 A(24)씨가 운전하는 축구클럽 통학차량이 카니발 차량과 충돌하면서 벌어졌다. 초등학생 B(8)군과 C(8)군이 숨졌으며, 카니발 운전자와 보행자 등 6명이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A씨는 경찰에서 “황색 신호를 보고 해당 교차로를 빨리 통과하려다 사고가 났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치상 혐의로 입건된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인천=글·사진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