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2차로에 차를 세우고 내렸다가 뒤따르던 차에 잇따라 치여 숨진 배우 한지성씨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시신 부검 결과 면허취소 수준 이상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측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게 사실일 경우 동승한 남편 A씨에게 음주운전 방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객관적으로 남편 A씨가 아내의 음주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게 입증되지 않거나 알았더라도 운전을 만류했다고 주장하면 혐의 적용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7일 경찰 등에 따르면 국과수는 한씨 부검결과 면허취소 수준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0.1% 이상)가 측정됐다는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만약 한씨 남편이 아내의 음주운전을 방관했다면 음주운전 방조죄가 성립될 수 있다. 음주운전 방조죄는 단순히 운전자의 음주운전을 방조했을 경우 1년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이하의 벌금, 적극적으로 음주운전을 권유했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 당일 영종도에서 지인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면서도 아내의 음주 여부에 대해서는 “보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의 음주 여부를 전혀 알지 못하고 차를 탔다는 것이다.
이처럼 남편이 한씨의 음주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이를 반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면 음주운전 방조 혐의는 적용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월 충북 청주시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 때도 동승자가 “술에 취해 (운전자의 음주사실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해 방조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다.
혹여 남편이 한씨의 음주사실을 알았다고 해도 음주운전을 말렸다고 주장하면 방조죄 적용이 쉽지 않다. 음주방조 혐의는 동승자가 음주 운전자에게 운전을 적극적으로 지시하거나 부탁했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성립하기 때문이다. 한씨 부부가 탄 차량의 블랙박스에는 음성녹음기능이 껴져있던 것으로 알려져 충분한 증거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음주운전 방조죄는 입증하기가 까다로워 사실상 유명무실한 법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2016년 음주운전 단속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도입됐지만 동승자의 혐의를 입증할 길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