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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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 지시 듣고 "예예예"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비선실세'였던 최순실 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전부터 국정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녹음 파일이 17일 공개돼 파문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 파일에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정호성 전 비서관 세 사람이 서울 모처에서 모여 취임사 내용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최씨가 주도권을 쥐고 지시하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는데요.

 

시사저널은 이날 홈페이지에 최씨가 박근혜 정부 국정 운영에 깊숙이 개입한 증거라면서 90분 분량의 '박근혜·최순실·정호성 비선 회의 녹음 파일'을 공개했습니다.

 

세 사람의 육성 대화는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일부 공개된 적이 있으나, 대규모 녹음 파일이 외부에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녹음에 따르면 최씨는 박 전 대통령 취임사에 들어갈 핵심 내용부터 세부적 표현까지 일일이 지시했는데요.

 

최씨는 우선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실무진이 준비한 취임사 초안을 읽어보더니 "팩트가 있어야지"라며 준비된 초안들이 "다 별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취임사 초안에 들어간 복지 정책 부분을 읽으면서 "이런 게 취임사에 들어가는 게 말이 돼? 너무 말이 안 돼"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는데요.

 

그는 정 전 비서관에게 "딱 보면 모르냐고. 짜깁기해서 그냥 갖다 붙여가지고. 이거는 취임사가 아니라 무슨 경제장관회의, 총선에서 어디 나가서 얘기해야 하는 거지. 내가 보기엔 이거는 하나도 쓸모없다"고 짜증을 냈습니다.

 

◆최순실, 박근혜 전 대통령 앞에서도 안하무인…짜증 내며 목소리 높이기도

 

박근혜 정부의 4대 국정 기조인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 기반 구축 등의 아이디어도 최씨가 구체화했다는 정황도 포착됐는데요.

 

그는 "첫 번째, 경제부흥을 일으키기 위해서 뭘 하겠다는 걸 일단 넣는데…"라고 말한 뒤 "'나는 경제부흥에서 가장 중요한 국정의 키(Key)를 과학기술·IT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주력할 것이다' 그건 어떠세요"라고 취임사에 들어갈 문장을 그대로 불러주기도 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의 이런 말을 들은 뒤 "그게 핵심이에요"라며 맞장구만 칠 뿐이었습니다.

 

녹음 파일엔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의 말 중간에 끼어들거나 지시하는 상황도 담겼는데요.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이 "창조경제는 결국 사람을 키우는 거란 거죠. 왜냐면 창의력과 아이디어와…"라고 말하는 와중에 치고 들어가 "그렇지, 경제를 잘하려면 아이디어와 사람을 키워야"라고 말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부국(富國), 정국(正國), 평국(平國)이에요. 부국이란 건 부자 나라. 정국이란 건 바른, 부패 안 하고 신뢰가 쌓이고. 그 다음 편안한 평국"이라고 말하자 최씨가 "평국을 조금 다른 말로 해가지고…부국, 정국, 하여튼 이건 상의를 좀 해보세요"라고 박 전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박 전 대통령은 무력하게 "예예예"라고 답했는데요.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이 앞에 있는 건 신경 쓰지도 않고 정 전 비서관에게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며 호통도 쳤습니다.

 

그는 자신이 취임사 내용을 얘기하는 걸 정 전 비서관이 듣고만 있자 "좀 적어요"라고 짜증을 내거나 "빨리 써요, 정 과장님!"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국정농단 사건은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최종 심리중입니다.

 

◆황교안 "광주시민의 아픔 잘 알고 있다…저는 광주를 찾아야만 했다"

 

한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18일 5·18 광주 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식 참석을 앞두고 "광주시민의 아픔을 알고 있다. 광주시민의 긍지도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광주로 갑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시민들은 어디에 살든, 다른 위치에서 다른 생각으로 다른 그 무엇을 하든, 광주시민이다. 그것이 광주 정신"이라며 이같이 밝혔는데요.

 

그는 "저의 참석에 대해 논란이 많다. 광주의 부정적 분위기를 이용해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면서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저는 광주를 찾아야만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가 자유로울 때 광주는 하나가 되고, 이 땅의 자유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다. 그것이 광주의 꿈"이라며 "자유를 가로막는 모든 불순물을 씻어내고 하나 되는 광주의 꿈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선출된 한국당 대표가 5·18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은 2015년 새누리당(옛 한국당) 김무성 대표 이후 4년 만인데요.

 

2016년에는 정진석 대표 권한대행이, 2017년에는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이 참석했습니다.

 

지난해 홍준표 대표는 기념식에 불참했습니다.

 

황 대표는 2016년 국무총리로서 박 전 대통령을 대신해 기념식장에 자리한 바 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