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타다를 이용한 사람이라면, 택시보다는 선호할 수밖에 없어요. 이유는 간단해요. 결국 서비스 질입니다. 불친절한 택시기사들도 은근히 많아요.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찌든 냄새와 담배 연기까지 맡다 보면 머리가 아플 지경이에요. 그리고, 정치 이야기부터 해서 가정사까지 다 들어줘야 해요.”
‘타다’가 카풀에 이어 논란의 중심에 섰다. 15일 새벽 서울광장 근처에서 70대 택시기사가 분신했다. 광화문 집회를 앞둔 시점에서 택시기사가 분신해 숨지는 사고가 또 발생하자 택시업계는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이라며 반발 수위를 더욱 높였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안 씨는 이날 오전 3시17분쯤 서울시청 광장 서측 인근 도로에서 분신을 시도해 사망했다. 안씨는 당시 택시를 도로에 세워둔 채 나와 몸에 불을 붙였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병원에 도착 전 이미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안씨의 택시에는 ‘쏘카’와 ‘타다’ 등 승차공유서비스를 규탄하는 ‘공유경제로 꼼수 쓰는 불법 타다 OUT’이라는 내용의 스티커가 붙어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지난해 12월10일 택시기사 최우기(57)씨는 국회 앞에 택시를 세운 뒤 분신을 시도해 사망했다. 이어 올해 1월9일에는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택시기사 임정남(65)씨가 몸에 스스로 불을 붙여 숨졌다. 지난 2월11일에는 택시기사 김모(62)씨가 국회 앞에서 분신을 시도했다. 김씨의 경우 숨지진 않았고, 안면부에 화상을 입은 채 병원으로 이송됐다.
승차공유서비스 갈등은 갈수록 깊어지고 관련한 택시기사의 분신 사건은 지난해 말부터 이날까지 4번째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이날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주최 측 추산 1만명(경찰 추산 3000여명)의 택시기사들이 참가한 가운데 ‘타다 퇴출 끝장 집회’를 열고 “25만 택시 종사자의 명운을 걸고 무기한 정치 투쟁에 온 힘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개인택시조합 중앙지부장은 “정부가 카풀 운행시간을 제한하는 합의안으로 불법 자가용 영업에 면죄부를 준 지 두 달이 지났다”며 “그런데 이제는 타다가 차량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며 우리의 숨통을 조여오고, 이제는 고급택시 시장까지 넘본다. 더는 물러설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급격히 확장하고 있는 ‘타다’ 때문에 택시업계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 모두가 승차공유서비스 갈등 때문에 택시기사 생활이 힘들어졌다는 점을 분신의 이유로 들고 있다.
◆ ‘타다’ 반대에도 ‘타다’는 달린다
지난 17일 정오쯤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 횡단보도마다 택시들이 10m가량 길게 늘어져 있었다. 그 사이로 ‘타다’는 강남대로를 달리고 있었다. 택시기사 분신 사망사고가 일어난 지 이틀이 지났지만 현장은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날 강남대로에서 타다를 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택시에 앞에서 타다를 타고 내리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횡단보도에 정차된 택시에는 ‘타다 OUT’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붙어있지 않았다.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해도 ‘타다 OUT’ 외치는 모습과는 달랐다.
‘타다’가 불법이라며 집회까지 나서는 택시 단체에 대해 시민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타다를 타 본 적이 없다는 20대 대학생 김모씨는 “저분(택시업계)들도 나름대로 사정이야 있겠지만, 더 좋고 싼 서비스가 있다면 누구나 이용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며 “그동안 택시업계도 요금 인상과 서비스 질 개선 기획도 많았지만, 스스로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지모씨는 “택시업계가 지금 남 탓을 하고 있을 때 아니다. 신뢰를 찾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찾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요? 안타까운 사고도 있지만,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 같아요”라며 “어떻게 바라보냐 따라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겠지만, 택시업계가 자정 노력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틈 속으로 ‘카플’이나 ‘타다’가 파고든 것” 이라고 비판했다.
타다 경험이 있는 직장인 강모씨는 “타다를 이용하는 것은 결국 소비자의 권리다”라며 “수요가 있는 곳에 새로운 서비스가 생기는 건 당연한 것이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택시업계가 바라보는 시선 차갑고 냉정했다. 동정여론을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다.
‘타다’는 승객이 호출하면 11인승 승합차가 와서 태워다주는 서비스로, 승차 거부가 없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운전자가 승객의 호출을 받고 목적지를 확인한 뒤 수락하는 기존의 택시 시스템과 달리 ‘타다’는 출발지에서 가장 가까운 차량을 호출 즉시 배차된다.
운전자는 승객을 태우기 전엔 목적지를 알 수 없으며 운행시간에 따라 회사에서 시급을 받는다. 택시보다 요금이 20~30% 비싸지만, 택시의 고질적 문제인 승차 거부가 없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회원이 30만명을 넘어섰다. 서비스 개시 넉 달 만에 호출 건수가 200배 증가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 반복된 택시요금 인상… “서비스 질은 그대로”
서울시민의 86.5%는 택시요금이 올라도 서비스품질 개선은 기대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한 카풀 앱 서비스에 대해서는 ‘필요하다’(41.6%)는 의견이 ‘필요 없다’(22.5%)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1/4분기 서울시 소비자 체감경기와 서울시 택시요금 인상’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86.5%는 택시요금 인상 후 서비스품질에 대해 '별 차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개선될 것 같다’는 응답은 7.5%에 불과했다. 실제로 요금 인상 한 달이 지났지만, 승차 거부 등 서비스는 그대로라는 지적이다.
택시요금 인상 후 희망하는 개선사항은 ‘승차 거부’가 45.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불친절’(29.0%), ‘난폭운전(욕설)’(9.1%)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논란이 되는 카풀 앱 서비스에 대해서는 91.9%가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카풀 앱 서비스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필요하다’ 41.6%, ‘보통이다’ 35.9%, ‘필요 없다’ 22.5%의 응답 분포를 보였다. 시민이 생각하는 카풀 서비스의 긍정적 측면 1순위는 ‘저렴한 요금’이었으며, 부정적 측면 1순위는 ‘각종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으로 나타났다.
◆ 타다·쏘카 대표 “선택권 보장돼야”
타다 박재욱 대표와 쏘카 이재웅 대표는 택시기사 안모(76)씨의 분신과 대규모 집회 등 택시기사들의 타다 퇴출 요구에 대해 타다를 통해 산업 혁신을 꾀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표는 지난 15일 “타다는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택시와의 상생으로 지속할 수 있다”면서 “특히 지난 월요일부터 기존산업과 함께 이동서비스를 고급화할 목적으로 택시 드라이버와 함께 하는 타다 프리미엄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동이 변화하고 있지만 변화를 부정하고, 거부하는 분들을 어떻게 더 잘 설득할 수 있을까”라면서 “우리의 목표는 기존 인프라와 협력해 더 큰 시장을 창출해가는 것이고, 기존산업과 새로운 산업이 갈 수 있는 혁신의 길을 찾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도록 사회 전반 관계자들과 더 많이 대화하겠다”면서 “지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재웅 쏘카 대표도 지난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죽음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죽음을 정치화하고 죽음을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택시기사 안 씨의 분신에 대해 “돌아가신 저희 아버지뻘인 76세의 개인택시 기사가 그런 결정을 하기까지 얼마나 두려움이 컸을까 생각하면 안타깝고 미안하기 그지없다”면서도 “누가 근거 없는 두려움을 그렇게 만들어냈고 어떤 실질적 피해가 있었길래 목숨까지 내던졌을까 생각하면 답답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타다를 반대하는 서울개인택시조합은 수입이 얼마나 줄었는지, 혹시 줄었다면 그것이 택시요금을 택시업계 요구대로 20% 인상한 것 때문인지, 불황 때문인지, 아니면 타다 때문인지 데이터와 근거를 갖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