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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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굽혀 펴기'로 진화한 대림동 여경 논란… 한국 여경 체력 검사만 부실

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통해 "체력검사 기준 바꿔야" 주장
논란이 된 ‘대림동 경찰관 폭행 사건 동영상’의 한 장면.  유튜브 캡처

여성 경찰관이 주취자를 제압하지 못했다는 이른바 ‘서울 대림동 여경 동영상’의 논란이 커지자, ‘여경무용론’을 해소하기 위해 팔굽혀 펴기 등 여경의 “체력검사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동양권에서 한국 여경의 체력 검사만 부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동양권 여경과 비교해 볼 때 한국 여경의 체력 검사만 크게 부실하다”며 “한국 여경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체력 검사 기준부터 아시아권의 보편적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여경들의 체력검사에서 팔굽혀펴기 기준을 일례로 들었다. 그는 “한국 여경은 팔굽혀펴기 과락이 무릎 대고 팔굽혀펴기 방식으로 10회”라며 “같은 동양권의 일본 후쿠오카 여경은 정자세 팔굽혀펴기로 15회 이상을 해야 합격된다”며 “싱가포르의 경우 연령대별로 기준이 다르지만 정자세로 22세는 15회 이상, 22∼24세는 14회 이상, 25∼27세는 13회 이상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 의원은 “무릎 대고 10회와 정자세로 15회는 아주 큰 차이”라며 “한국 여경과 일본, 싱가포르 여경의 기초체력 차이를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림동 여경 논란이 여경무용론으로 확산되는 것은 여경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기저에 있기 때문”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경찰은 강한 체력 등을 요구받는데 부실 체력 기준으로 누구나 손쉽게 경찰이 되면 생명과 안전이 지켜질 수 있냐는 국민적인 우려가 당연히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팔굽혀펴기 경찰 업무에 필요한 역량인지 살펴봐야”

 

여경의 치안업무에 대한 불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치안 공백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이 높아지고 있지만, 경찰은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식의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경찰청 성평등정책담당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체력검사) 평가 종목인 100m 달리기나 팔굽혀펴기 등이 경찰 업무에 정말 필요한 역량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남성에 비해 체력이 약한 여경의 비율을 늘리면 치안 불신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한 답변이었다. 

 

경찰청의 수장인 민갑룡 경찰청장도 지난해 7월 “(여경확대 논란은) 우려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민 청장은 “여경을 요구하는 치안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경찰 조직도 그렇게 변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경찰은 힘을 쓰는 남성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회의 거울로서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의 페이스북. 페이스북 캡처

이후 경찰대가 모집 인원의 12%로 제한했던 여학생 비율을 폐지하고 체력 기준을 강화했지만, 성별 간 체력검사의 과락 기준 차이가 여전해 논란만 키웠다. 경찰대의 ‘2021학년도 경찰대학 입학 전형 시행계획’에 따르면 여성은 정자세로 팔굽혀펴기를 하는 대신 과락 대상의 기준이 11개 이하에서 6개 이하로 대폭 낮아졌다. 반면 남성은 13개 이하에서 15개 이하로 높아졌다. 

 

하 의원은 “경찰청에 여경 체력검사 기준 강화를 요구한 적이 있지만 경찰청의 답변은 부정적”이라며 “소극적인 경찰청의 태도가 여경 불신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이 시민에게 ‘수갑 채워달라’…논란 확산

 

‘서울 대림동 여경 동영상’은 여경이 주취자에게 밀리는 데 이어 일반 시민에게 수갑을 채워달라고 요구하는 모습이 담겨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경찰이 공개한 영상에서 해당 여경은 주변 남성을 향해 “남자분 한 명 나와주세요. 빨리빨리, 빨리빨리, 남자분 나오시라고요, 빨리”라고 다급하게 외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화면에 나오지 않는 다른 남성이 “(수갑) 채워요?”라고 묻자, 여경이 “네”라고 답했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수갑을 일반인에게 채워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여경이 일반 남성에게 도움을 청할 거면 왜 필요한 거냐’, ‘남경이나 여경이 아닌 경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경찰은 해당 여경이 신고자에게 수갑을 채워달라고 요청한 것이며, 실제 수갑을 채운 것은 무전을 듣고 출동한 교통경찰이었다고 해명했다. 

 

영상에서 난동을 피운 주취자 2명은 공무집행방해와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됐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