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슈퍼예산·추경 더해도 ‘저성장’…탈출구 없는 한국 경제 [뉴스분석]

“부진·둔화·감소” 온통 잿빛 전망 / 수출 급감 → 내수 위축 → 수입 감소 / 금융위기 후 다시 장기 저성장 기조로 / GDP 디플레이터 13년 만에 마이너스 / 경상성장률 2%대로 환란후 최저 우려 / 금리인하 등 확장적 기조 운용 주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2일 발표한 올해 경제전망은 ‘전반적 부진’으로 요약된다. 180여쪽에 달하는 경제전망 책자에는 ‘악화’, ‘부진’, ‘위축’, ‘감소’, ‘둔화’, ‘하락’과 같은 어두운 전망이 가득하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기존 2.6%에서 2.5%로 하향조정하고, 전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기존 2.6% 전망을 2.4%로 조정하는 등 KDI의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 역시 예상된 것이지만 그 내용을 뜯어보면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이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년 상반기 경제전망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수출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내수가 위축되고, 내수 위축으로 수입까지 크게 줄 것이라는 암울한 분석이 대표적이다.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감소하면서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오히려 높아지는 상황이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브리핑에서 “순수출 성장기여도가 높아지는 부분은 수출이 호조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 기인한다기보다 수입이 내수의 위축에 따라서 동반 감소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수출 감소라든지 거기에 따른 투자 감소만 보면 지난번 성장률 2.6% 전망보다도 훨씬 더 낮은 성장률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KDI는 지난해 11월 올해 총수출(물량) 증가율을 3.7%로 전망했다가 이번 전망에서는 1.6%로 대폭 하향했다. 특히 상반기는 4.0%에서 -0.1%로, 하반기는 3.4%에서 3.3%로 하향 조정했다.

이번 경제성장률 전망에는 ‘슈퍼예산’이라고 불린 올해 470조5000억원에다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6조7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안 영향까지 반영됐다는 것이 KDI의 설명이다. 슈퍼예산에 추경까지 더해도 경제성장률 -0.2%포인트 하향 조정은 불가피한 셈이다. 경제의 완만한 회복을 전망한 내년 역시 2.5% 성장 전망에 그쳤다. KDI는 “최근 국내 경기의 부진한 흐름은 우리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장기 저성장 기조로 다시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정규철 KDI 연구위원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이 13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해 경상성장률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2%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보고서도 내놨다. GDP 디플레이터는 우리 경제에서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의 종합적인 가격 수준을 나타내는 거시지표로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값이다. 낮은 수준의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이 계속될 경우 가계대출의 채무 상환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 가계대출은 명목 금액으로 받는데, GDP 디플레이터가 급변하며 명목 소득이 영향을 받으면 같은 돈을 빌렸더라도 실질적으로는 더 많은 돈을 갚아야 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KDI는 대규모 경기 부양 조치는 아니더라도 세계 경제 하방 위험이 심화하면서 국내 경기가 더 위축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그 영향을 완충하는 여력을 민간에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낮은 물가 상승세와 경기 부진이 지속하고 있음을 고려해 금리 인하를 포함한 확장적인 기조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빈 상점에 임대문의 글이 게시돼 있다 . 뉴시스

취업자 수 증가폭은 상향 조정됐다. 지난해 11월 10만명으로 전망했던 취업자 수 증가폭은 20만명으로 2배가 늘었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전년 동월 대비 1만9000명 증가에 그쳤던 취업자 수 증가폭이 2월과 3월 각각 26만3000명, 25만명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17만1000명을 기록하는 등 회복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