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국정원장과 심야 회동으로 논란이 불거진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총선 얘기는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수장으로 취임한 양 원장은 2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자가 있는 자리에서 무슨 총선가 얘기가 오갈 수 있겠나”라며 “명석한 언론인이 그런 얘기 있었으면 기사 안 썼겠나. 상식으로 판단해달라”고 밝혔다. 양 원장은 최근 한 인터넷 매체를 통해 서훈 국정원장과 지난 21일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여기에 김현경 MBC 기자까지 동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더욱 증폭되는 상황이다. 양 원장은 ‘만남 자체가 적절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수고하세요”라고 동문서답을 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만찬에 참석했던 김현경 MBC 기자는 29일 CBS 라디오에서 “현직 언론인이 있는 자리에서 (총선 이야기 같은) 부담스러운 이야기가 오고 갈 수는 없었다”며 “글자 그대로 양정철 원장의 귀국 인사 자리였다”고 해명했다. 김 기자는 만남 이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 학회에 참석했다가 28일 귀국해 두 사람의 만남이 논란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관권선거 의혹 대책위 회의’에서 “국정원장은 정치적 중립의무가 고도로 요구되는 자리인데 (서훈 원장이) 가장 심대하게 그 의무를 위반했다”며 “엄청난 논란속에서 우리가 들은 말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언론을 향한 날선 공격과 동석했다는 기자의 장황한 설명뿐이다. 왜 정보 기관장의 부적절 만남에 대한 해명을 대신들어야 하나”고 지적했다.
나 원내대표는 “양 원장은 실세 중 실세고, 총선기획의 책임자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매우 따갑다”며 “여당 선거전략을 설계하는 민주연구원장이 여론을 움직이고 선거를 기획하고 있는 것 아닌지, 정치 퇴보의 먹구름이 드리워졌다”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어 기자들과 만나 “(서훈)원장이 떳떳하게 이야기하라”며 “언론인 기자 하나 만으로 모든 것이 면죄부될 사항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서 원장과 양 원장의 만남은 한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두 사람은 지난 21일 저녁 서울 강남의 한 한정식 식당에서 4시간여 만났다. 양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