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치사율 100%’ 아프리카돼지열병 막아라… 유입 차단 비상

北 압록강 인접지역서 발생 확인 / 남북 접경 지역 10개 시·군, 정부 특별관리지역으로 / 백신이나 치료약 없어… 사람은 전염 안돼 / 접경 지역 야상멧돼지 통한 전파가 가장 우려

북한 압록강 인접 지역에서 ‘치사율 100%’ 가축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내 유입 차단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31일 ASF 유입을 막기 위해 남북 접경지역에 있는 10개 시·군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특히 멧돼지를 통한 남북간 감염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ASF는 사람에는 전염되지 않으나 돼지의 경우 백신이 없어 치사율이 최대 100%다. 

 

◆강화군·김포시 등 10개 시·군 방역 강화

 

농림축산식품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북·중 접경인 북한의 압록강 인접 자강도 우시군 북상협동농장에서 발생했지만, 남쪽으로 전파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추가 방역을 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농식품부는 남북 접경지역 10개 시·군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정하고, 위기경보 ‘심각’ 단계에 준하는 방역 조치에 나섰다. 대상 지역은 경기 ▲강화군 ▲옹진군 ▲김포시 ▲파주시 ▲연천군과 강원 ▲철원군 ▲화천군 ▲양구군 ▲인제군 ▲고성군이다.

 

31일 오후 강원 접경지역인 양구군의 한 양돈 농가에서 방역 차량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을 위해 소독약품을 뿌리고 있다.  양구=연합뉴스

정부는 이들 10개 시·군의 주요 도로에 통제초소 및 거점소독시설을 설치·운영하고 축산 관련 차량 등에 대해 방역을 한다. 또 이들 지역의 전체 양돈 농가에 대한 혈청 검사를 통해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여부를 6월 7일까지 확인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지방자치단체 등과 합동으로 6월 3일까지 일제 점검을 하고 양돈 농가 방역 실태를 확인한다.

 

아울러 이날 접경지역 모든 양돈 농가와 도축장에서 긴급소독을 벌이기로 했다. 도라산·고성 남북 출입사무소의 출입 인력과 차량에 대해서도 소독도 강화할 예정이다. 농식품부는 앞으로 북한 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접경지역 인근까지 퍼질 경우 접경지역 농가의 출하 도축장 지정, 돼지 이동제한 등도 검토할 계획이다.

 

◆북에서 넘어오는 야생멧돼지 막아라 

 

ASF를 옮길 수 있는 야생멧돼지 차단 조치도 확대한다. 방역 당국은 북한과의 접경지역에 사는 멧돼지를 통해 국내로 전파될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일부에서 독수리 등 조류에 의한 감염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으나 확률은 낮게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당국은 접경지역 내 모든 양돈 농가에 대해 야생멧돼지 포획 틀과 울타리 시설 설치를 다음 달까지 조기에 끝마치고 그 외 지역은 단계적으로 확대 설치한다. 한강, 임진강 하구 등 수계를 통해 유입되는 야생멧돼지가 조기 발견·신고될 수 있도록 어민, 해경 등을 대상으로 신고요령을 교육하고, 홍보물도 배포한다. 농식품부는 2015년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관련해 총 4194건의 야생멧돼지 혈청 예찰을 한 결과 모두 음성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31일 오후 강원 접경지역인 양구군의 한 양돈 농가에서 가축방역 관계자들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검사를 위해 돼지 채혈을 하고 있다. 최근 북한에서 ASF 발생이 공식 확인됨에 따라 정부는 이날 접경 10개 시·군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양구=연합뉴스

농식품부는 그동안 농가별 전담관이 기존에 월 1회 방문, 주 1회 전화 예찰을 해왔으나, 접경지역에 대해서는 주 1회 방문, 매일 전화 예찰을 시행함으로써 농가의 경각심도 높일 계획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북한에서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협동농장은 14곳가량으로, 여기서 기르는 돼지는 260만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재욱 농식품부 차관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접경지역 예방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면서 “관계부처 회의를 통해 국방부, 환경부, 통일부 등과 북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과 관련된 강화된 협력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없어 치사율 최대 100%… 사람은 전염 안돼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 ASF가 창궐한 아시아 국가로부터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주로 공항 검역에 힘을 쏟았다. 육로로는 북한이 일종의 완충지대 역할을 했다. 그러나 북한 협동농장에서 ASF가 발병해 한반도에 유입되면서, 각종 동물에 의한 남하 우려가 커지고 있다. 

 

ASF는 폐사율이 최대 100%에 이르는 돼지 전염병이다.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는다. 아직 백신이나 치료 약은 개발되지 않았다. ASF는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하며 출혈과 고열이 주 증상이다. 고열과 혈액성 설사 등이 동반되는 심급성·급성형은 발병 후 1~9일 중 폐사하며, 폐사율은 최대 100%에 달한다.

 

3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 아프리카돼지열병 유입 차단을 위한 반입 제한 휴대품을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급성형보다 증상이 덜한 아급성형은 발병 후 20여일께 폐사하며, 폐사율은 30~70%다. 발육 불량과 폐렴 등 증상이 나타나는 만성형은 폐사율이 20% 미만이다.

 

이처럼 폐사율이 매우 높아 가축전염병 예방법상 제1종 법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지만, 아직 사용 가능한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 외국 발생국에서는 100% 살처분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북한에서도 첫 발생한 자강도 우시군 북상협동농장에서 사육 중인 돼지 99마리 가운데 77마리는 폐사했고, 22마리는 살처분했다.

 

ASF가 창궐한 중국에서는 올해 들어 몇 개월 만에 전체 돼지의 20%가량이 살처분됐다. ASF는 감염된 돼지 및 돼지 생산물의 이동, 오염된 남은 음식물의 돼지 급여, 야생멧돼지 등을 통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잠복기는 3일에서 최장 21일이다. 외국 사례로 볼 때 장거리 전파에는 남은 음식물이 주요 경로로 파악되며, 근거리 전파에는 야생멧돼지에 의한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