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 행사를 해도 고객들이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A대형마트 고위 임원)
“인건비, 배송비, 카드수수료가 크게 올라 남는 게 없습니다.”(B가전양판점 고위 임원)
국내 유통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
유통 업황은 경기 진단의 ‘바로미터’로 불린다. 불황의 적신호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서민층과 중산층이 주로 이용하는 대형마트에서 그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이마트는 올해 1분기 연결 영업이익이 743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51.6 감소했다. 2분기는 더 안 좋다고 한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이마트의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63.6 감소한 194억원으로 추정했다. 1분기보다 영업이익이 500억원 이상이 더 빠진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도 이마트가 2분기에는 최악의 실적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간 17조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이마트의 190억원대 영업이익은 사실상 ‘본전’을 하는 것이다. 언제든지 적자로 전환될 수 있는 숫자”라며 “2분기가 시작되는 지난 4월과 5월 실적이 매우 안 좋다”고 말했다. 1992년 할인점을 국내에 첫선을 보인 이마트가 월별, 분기별 적자를 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지난 3년간 수천억원대 적자를 낸 롯데마트는 올해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된 것은 경기불황도 원인이지만, 각종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명분에서 시작된 대형마트 규제는 7년째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가 신용카드 사용자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도입 이듬해인 2013년 29.9였던 대형마트 소비 증가율은 2016년 -6.4로 떨어졌고, 같은 기간 전통시장도 18.1에서 -3.3로 감소했다.
전통시장도 많이 사라졌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전국 전통시장 수는 2006년 1610곳에서 2017년 1450곳(무등록 시장 제외)으로 줄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전통시장을 살릴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동반 침체를 보인 것이다. 7년 전 ‘상생 프레임’에 갇힌 유통업체들은 날개 없는 추락 중이다. 내수는 침체됐고 소비자들은 불편하다. 누구를, 무엇을 위한 대형마트 규제냐는 말이 나온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