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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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철회” vs “과도한 요구”… 국회정상화 불발 ‘네탓 공방’

민주·한국당, 임시국회 개회도 못하고 책임 전가 급급 / 나경원 “與, 野 설득않고 분노 자극만 해” / ‘합의처리 못박아야 복귀’… 물러서지 않아 / 강경 고수는 작년 ‘합의문 학습효과’ 분석 / 이인영 “한국당, 사과·법안철회요구만” / 단독국회 소집 가능성엔 “아직 때 아냐” / 文 “추경 제출 40일… 국회 책임감 느낄 것”

여야는 3일 의무적으로 열어야 하는 6월 임시국회를 개회하지 못한 채 국회 정상화 합의 불발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네 탓 공방’을 이어갔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이후 극단적으로 대치하면서 ‘일하는 국회’를 표방한 20대 국회는 ‘일 안 하는 국회’의 대표 사례가 될 것이라는 우려조차 나온다.

국회에 따르면 20대 국회 들어 3일 현재 법안 제출 건수는 2만118건이지만 법안 처리건수는 5978건으로, 처리율은 고작 29.7%에 불과하다. 1만4140건의 법안은 본회의는 고사하고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최악의 식물국회’라고 불린 19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 32.9%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신 여야 간 충돌은 더욱 거세져 의원 징계안은 윤리특위에 38건이 접수됐다. 19대 국회 전체 기간 접수된 39건의 징계안과 비슷한 수준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사진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이인영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각각 방에서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우리에게 잘못을 사과하고 패스트트랙 법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한다”며 “한국당의 과도한 요구는 국회 정상화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다만 국회 단독 소집 가능성에 대해 “아직 그럴 때는 아닌 것 같다”며 “협상의 여지는 남아있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법안의 ‘합의 처리’를 못박아야 국회 복귀가 가능하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국의 핵심을 쥐고 있는 여당이 야당을 설득하고 회유해야 하는데 오히려 야당의 분노를 자극하고 갈등을 확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한국당이 선거제 등의 ‘합의 처리’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지난해 12월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서명한 ‘선거제 패스트트랙 합의문’의 학습효과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당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에 나 원내대표가 서명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선거제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한국당은 이에 ‘적극 검토한다’고 했을 뿐 합의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나 원내대표가 합의문에 서명했기에 명분에서 밀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 원내대표는 이에 이 같은 상황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국회 정상화를 위한 합의문에 ‘합의 처리’ 명시를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민주당 지도부는 패스트트랙 이후 얼마든지 합의할 수 있다고 하지만, 유치원 3법 등은 5개월째 논의되지 않고 있다”며 “묵히면 통과되니 여당이 적극 나설 이유 없는 것으로, 패스트트랙 철회만이 국회를 다시 여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이 3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비공개 회동과 관련해 감찰을 요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박완수, 이채익, 이은재, 윤재옥, 김도읍, 이만희 의원.

국회 정보위 소속 한국당 위원인 김도읍, 이은재 의원 등은 이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비공개 회동과 관련해 감찰을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정상화와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촉구를 정치권에 거듭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올해 들어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단 3일 열렸을 뿐이고, 4월 이후 민생법안이 단 한 건도 처리되지 못했다”며 “정부 추경안이 제출된 지도 벌써 40일째가 된 만큼 국회에서도 답답함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