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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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우울증까지 부른다

27개국 국립과학원 전문가 진단 / 기온 상승 탓 전염병 확산 초래 / 인류 건강에 직간접 영향 심각 / 식량 생산량 감소 우려도 제기

기후변화가 사람들의 건강에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27개국 국립과학원 전문가들은 3일(현지시간) 공개된 유럽한림원연합회(EASAC) 정책 보고서에서 지구온난화가 이미 사람들의 건강에 해를 끼치는 원인이 되었고, 미래에는 더욱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밝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들은 특히 기후변화가 촉발하는 폭염, 홍수 등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정신건강 위협, 질병 확산 등 심각한 간접 영향도 뒤따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폭염, 홍수, 가뭄 등 극한 날씨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단기 영향과 더불어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예가 정신건강이다. 기후변화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불안, 약물 남용, 우울증 등 인간의 정신건강에도 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 함께 막아요” 서울그린캠퍼스 대학생 홍보대사와 서울 소재 대학생 등이 4일 오전 서울광장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그린캠퍼스 실천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광장에 펼쳐진 ‘1.5℃’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총회에서 채택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의 지구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연합뉴스

기온이 상승하면서 유럽 내에서 전염병이 확산하고, 뎅기열을 옮기는 모기와 라임병의 원인이 되는 진드기의 활동 범위가 증가할 전망이다. 살모넬라균이 더 따뜻한 환경에서 번창하며 식중독도 늘어날 수도 있다. 온도가 상승하면 대장균 같은 병원균에 대한 항생제의 내성도 증가함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기후변화로 식량 생산량이 감소하며 영양부족 인구가 증가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대부분의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열대지방과 아열대지방에서 미래 농작물 생산량은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수십년 동안 지중해 지역의 주요 농작물 수확량이 5~25% 감소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러한 생산량 저하는 가난한 나라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다.

호주에 최악의 가뭄이 닥친 지난해 8월 뉴사우스웨일스주 브레이드우드 지역 농장에서 새끼 양이 충분한 먹이와 마실 물을 얻지 못해 죽은 어미의 곁을 서성거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육류 섭취를 조금 줄이는 일은 건강뿐만 아니라 탄소 배출량을 크게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탄소 배출량을 낮추려는 실천을 통해 화석 연료 연소로 발생하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사망자 수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EASAC에서 이번 보고서 공동의장을 맡은 앤드루 헤인즈 교수는 “지금 그리고 다음 세기에 걸쳐 일어나고 있는 영향들이 있다”며 “기후변화는 인류의 건강에 가장 심각한 위협 중 하나로 평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