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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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안전망” vs “총선용 퍼주기”…‘국민취업지원제도’ 시행은 미지수

고용부 “1200만명 고용보험 미혜택…사회안전망 사각지대 해소에 의미” / 민주 “제도 도입 땐 빈곤갭 2.4%P ↓” / ‘현금 복지’ 논란에 “효율성 제고” 지적 / 野 ‘확장 재정’ 반발에 국회 통과 난망

“1995년 고용보험이 시행된 이후 20여년 만에 큰 틀에서 고용안전망 제도를 완성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4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열린 당정협의에서 ‘국민취업지원제도’를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현행 고용보험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 구직자, 폐업 영세자영업자 등에게 새로운 고용안전망을 제공해 문재인정부 핵심 국정기조인 ‘사람중심 경제’ ‘혁신적 포용국가’를 달성하는 데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다만 정부의 구상대로 시행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 최근 정부의 확장적 재정 기조에 우려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에서 관련 법을 통과시키려면 야당의 ‘총선용 세금 퍼주기’ 비판에 정면으로 맞닥뜨려야 한다.

4일 오후 서울 중구 황학동 중고주방용품 매매상가에서 한 남성이 쌓여 있는 물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정부가 내년 폐업한 영세자영업자 등에게도 구직수당 등을 지원하기로 한 가운데 현금성 복지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상윤 기자

◆“사각지대 해소… 소득지원 법적 근거 마련”

정부는 이날 국민취업지원제도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데 매진했다. 고용부는 기존 고용보험,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사회안전망이 있는데 별도의 고용안전망을 도입하는 이유에 대해 “자영업자, 플랫폼 노동자 등 전체 취업자의 45%, 약 1200만명이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 또한 저소득 구직자에 대한 고용서비스와 생계지원을 포함하지 않는다”며 “국민취업지원제도로 기존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 구직자 지원 제도인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취업성공패키지와의 차이점도 지적했다. 고용부는 “국민취업지원제도는 두 기존 제도를 통합·확대하고 예산 사정에 따라 지원 규모가 바뀌는 기존의 문제점을 보완했다”며 “이전엔 소득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약해 취업성공패키지의 경우 직업훈련에 참여할 시에만 월 40만원씩 최대 6개월을 지원했으나 미흡하다는 평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수당 부정수급을 방지하기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지원대상자가 취업알선, 직업훈련 등의 구직활동의무를 합리적 이유 없이 거부하면 수당지급 중단, 기지급된 수당 반환 등 제재를 가하고 중단이 결정된 날로부터 5년 뒤에야 재신청이 가능하게끔 했다. 부정수급 과정에서 타인의 정보를 도용하는 등 개인정보법을 위반할 경우 1년 이하 징역형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정부는 2022년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기존 고용보험제도 혜택과 더불어 사회 내 고용안전망의 혜택을 받는 취업취약계층이 기존 175만명에서 235만명 이상으로 60만명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브리핑에서 “국민취업지원제도가 도입되면 ‘빈곤갭’이 2.4%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빈곤갭은 중위소득 60% 대비 그 하위계층 평균소득 비율로, 빈곤층들의 평균소득과 빈곤선 사이의 차이를 뜻한다.

◆“현금성 복지” 비판도… 국회 통과는?

정부는 내년 7월 국민취업지원제도 시행에 필요한 예산을 총 5040억원으로 잡았다. 기존 청년층에 더해 폐업 영세자영업자, 경력단절여성 등 구직촉진수당 혜택을 받는 대상이 늘어나면서 ‘현금성 복지’ ‘세금 퍼주기’ 논란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금 지급 논란은 이번 국민취업지원제도에 통합된 청년구직지원활동금 제도부터 불거졌다. 청년구직지원활동금에 비판적인 전문가들은 사용처 확인이 어려운 ‘청년 용돈’ 대신 구직자를 대상으로 취업 상담, 직업능력 훈련, 취업 알선을 해주는 ‘자립형 복지’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교육과 훈련 과정은 구직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명확한 목적이 없는 현금성 복지가 구직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번 대책도 효율성 제고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회 통과도 난망하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야당이 정부의 확장적 재정 기조에 반발하고 있어서다.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포퓰리즘’ 논쟁이 불거질 경우 관련 법률의 올해 국회 통과는 사실상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