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여성의 뒤를 따라가 집에 침입하려 한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은 결코 여성들에게 ‘드물게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다. 여성 2명 중 1명꼴로 밤길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데이트폭력이나 가정폭력 등 실제 폭력의 피해자가 된 경우도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았다.
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야간 통행·귀가 시 마주치는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얼마나 겪느냐는 질문에 여성의 46%가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전국 만 19세 이상∼75세 이하 성인남녀 387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다. 두려움을 느낀 적이 있다는 남성 비율은 12.6%로, 여성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여성이 밤길 두려움을 느낀 빈도는 1년에 1∼2번이 26.4%로 가장 많았고, 한 달에 1∼2번(12.3%)이 뒤를 이었다. 일주일에 1∼2번(4.3%)이나 매일(3%)이라는 응답도 적지만 있었다. 매일 혹은 일주일에 1∼2번 두려움을 느꼈다는 남성은 1% 미만이었다.
여성들은 붐비는 장소에서의 불필요한 신체접촉에 대해서도 남성보다 더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두려움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응답률은 여성 36.7%, 남성 10.2%였다. 여성의 23%는 1년에 1∼2번, 7.7%는 한 달에 1∼2번, 4.2%는 한 달에 1∼2번 불편한 신체접촉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들은 각종 폭력의 피해자인 경우가 많았다. 가정폭력을 최근 3년 내 경험한 적 있다는 남성은 0.05%인 데 비해, 여성은 1.02%로 차이가 컸다. 스토킹은 남성 응답률은 0%인 데 비해 여성은 0.48%로 나타났다. 사이버 성폭력은 여성(0.45%)이 남성(0.03%)보다 15배, 데이트폭력은 여성(0.64%)이 남성(0.27%)보다 2배 경험이 많았다.
성차별도 만연했다. ‘외모(용모, 복장, 신체적 조건 등)에 대한 지적, 비하 발언’을 들은 경험도 남성은 16.4%였지만, 여성은 24.4%로 더 많았다. ‘가사·돌봄 노동을 강요’받은 경험은 여성 22%, 남성 8.54%였다. 운전·대중교통 이용 중 욕설, 무시, 비하 경험은 남성 28.6%, 여성 31.9%로 비슷했다.
아들·딸, 사위·며느리에 대한 부당한 대우 등 가족 내 성차별 경험은 여성이 5.47%로, 남성(0.48%)의 11배에 달했다. 직장, 학교, 공공장소에서의 언어적 성희롱 경험은 여성이 4.54%, 남성이 1.31%, 직장, 학교에서의 성차별적 대우도 여성 4.43%, 남성 1.01%였다.
보고서는 “일상적으로 만연한 성폭력, 성차별의 위험을 인지하고 이를 두려워하는 사회구성원이 많다는 것은 그 자체로 사회적 접근이 필요한 지점”이라며 “일상적 폭력과 갈등의 구체적 발생 지점에 대한 다양한 차원의 예방적, 치료적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