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 훼손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에 대해 경찰이 신상공개를 결정했지만 정작 그의 얼굴을 보기가 쉽지 않다. 얼굴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고씨가 머리를 풀고 고개를 숙인 채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씨 측 변호인은 경찰의 신상정보공개 결정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 머리 풀고 고개 숙인 고유정
고씨는 지난 6일 오후 6시35분쯤 제주 동부경찰서 조사를 마치고 유치장으로 향했다. 전날 경찰이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고씨의 신상공개를 결정했고 실명, 나이, 성별이 공개된 상태에서 얼굴 공개가 남은 상황이었다. 경찰과 언론은 고씨가 유치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하지 않아 얼굴도 자연스럽게 노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고씨는 경찰서를 나서는 순간 머리를 풀고 고개를 푹 숙여 얼굴을 가렸다. 유치장까지 향하는 동안 고개를 들지 않았고 걸음걸이는 빨랐다. 취재진의 범행의 계획성, 공범여부, 시신유기 등을 묻는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를 본 일부 누리꾼은 “얼굴대신 정수리를 공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 얼굴공개는 경찰조사, 현장검증 이동 때만
흉악범의 신상공개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에 의해 이뤄진다. 범행수단이 잔인하거나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강력 범죄일 때, 피의자의 혐의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국민의 알권리, 범죄예방 등 공공의 이익에 의해 필요할 때, 피의자가 청소년에 해당하지 않을 때 수사기관은 흉악범의 얼굴, 실명, 나이 등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이 중 얼굴은 2016년 개정된 ‘특강법상 신상공개에 관한 지침’에 따라 언론에 미리 공지하고 피의자가 경찰서를 출입하거나 현장검증 등을 위해 이동할 때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해외처럼 증명사진 등 사진을 이용한 공개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다. 고씨처럼 얼굴을 가린다면 공개할 뾰족한 수가 없는 셈이다.
고씨가 조만간 사건 현장 검증 과정에서 얼굴이 노출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변호인은 경찰의 신상정보공개 결정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