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그의 사체를 여러 곳에 유기한 혐의 등을 받는 고유정(36)씨가 신상 공개 대한 결정에 대해 크게 반발했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 6일 제주 동부경찰서 진술녹화실에서 진술을 마친 후 유치장으로 나오기 전 호송 과정에서 언론 앞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지방경찰청은 5일 오전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고 씨에 대한 실명과 얼굴, 나이 등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해 공개를 다음 날로 미뤘었다.
제주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고씨는 신상공개에 대한 결정이 난 후 제주에 사는 가족과 아들 등을 언급하며 얼굴 공개에 대한 격한 반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6일 경찰이 설득 끝에 진술녹화실에서 변호인 입회하에 조사를 마치고 나온 고씨는 연습한 듯 고개를 깊숙이 숙이고 앞쪽으로 늘어뜨린 머리카락을 양손으로 붙잡으며 얼굴을 철저하게 가렸다. 아울러 고씨의 변호인도 신상공개 결정 집행 정지를 신청하겠다며 얼굴 공개를 막으려 한 것으로 밝혀졌다.
고씨는 “얼굴이 노출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며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7일 오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고씨가 진술녹화실로 이동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날 카메라에 포착된 그는 검은색 긴소매 니트 상의와 회색 체육복 하의를 입고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포승줄에 묶인 오른손엔 흰색 붕대가 둘둘 감겨 있었다.
이러한 고 씨의 강력한 반발로 인해 경찰 측은 고씨의 얼굴 공개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고씨가 얼굴 공개 이후 수사에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일까봐 우려한 것이다. 경찰은 수사에 비협조적이었던 고씨가 더욱 강하게 반발할 것을 우려했으며 우선 고씨가 머무는 유치장에 놓인 TV에서 뉴스를 틀지 않을 방침이다. 이는 고 씨의 얼굴이 공개된 사실을 알리지 않기 위해서다.
한편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을 살해하고 시체를 여러 곳에 나눠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손괴·은닉)를 받고 있다. 경찰은 같은달 27일 고씨가 전남 완도행 배편을 이용해 제주를 빠져나간 사실을 확인한 후 지난 1일 고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아직까지 그의 범행수법 혹은 동기 등에 대해 조사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오는 12일 고씨를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