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부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는 오는 19일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1차 결과물을 내놓을 예정이다.
정년연장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앞서 밝힌 대로 민간 기업에 대한 계속 고용 촉진과 고령층 계속 고용에 대한 인센티브 방안 등이 주가 될 전망이다.
인구정책 TF 관계자는 9일 통화에서 “정년이 지난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고령층 계속 고용으로 인한 기업 부담을 완화하고 고령층의 줄어드는 임금을 보전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 고용에 대한 정부 지원은 대기업과 공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인센티브 대상 연령은 만 62세나 만 65세로 설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을 개정해 정년을 늘리는 내용은 따로 담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 60세 정년제도가 2016년에 시행된 만큼 추가로 정년연장을 논의하기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지난 3월 출범한 뒤 4월5일 첫 회의를 시작한 인구정책 TF는 오는 14일 6차 회의를 열고 경제활력대책회의에 상정할 최종 과제를 조율한다. TF는 모두 10개 작업반으로 구성돼 있다. 고용반과 재정반, 복지반, 교육반, 산업반, 국토반, 국방반, 금융반, 지역반, 외국인정책반이다. 애초 9개 작업반으로 시작했다가 외국인정책반이 추가됐다.
각 작업반별로 인구구조 변화가 각 분야별로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종합적인 대응방안을 내놓게 된다. 각 반은 2개 안팎의 과제를 다루는데 정년연장 문제는 고용반에서 고용노동부와 한국노동연구원이 주관해 과제를 논의 중이다. 외국인정책반의 경우 향후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노동자 정책을 대폭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개선 대책 등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3개월간 6차례 회의를 거친 인구정책 TF가 법을 개정하는 정년연장 방안까지 다루기는 어려워 보인다. TF 관계자는 “범정부 TF라고 해도 내부 논의를 거친 것이고, 사회적 공론화 과정도 없다 보니 정년연장 같은 민감한 문제를 정부안으로 내놓기 어렵다”고 말했다.
TF 내부에선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지만 정년을 급격하게 연장할 만큼 시급한 것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가능인구가 줄더라도 현재 실업률을 낮추고 고령자 계속 고용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청년 취업난이 이어지고 있고, 여성 고용률이 선진국에 비해 낮다 보니 정년연장을 당장 논의하기에도 부담이다.
특히 정년연장을 통해 청년 세대와 노년 세대가 일자리를 놓고 충돌하는 상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인구정책 TF에 속한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청년고용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정년연장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생산인구 감소와 급격한 고령화 영향 등으로 정년연장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은 필요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대법원은 이미 지난 2월 육체노동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최후연령(노동가동연한)을 기존 만 60세에서 만 65세로 상향했다. 계속 고용에 대한 정부 지원방안 논의도 정년연장을 위한 분위기 조성의 일환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거듭 정년연장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가 1차 인구정책 TF 종료 이후 2차 TF 구성을 통해 정년연장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가능성이 큰 이유다. 고령층 계속 고용 지원 등을 통해 사회적으로 정년연장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추후 중장기적으로 법적 정년연장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TF 관계자는 “정년연장의 경우 사회적으로 변화하는 노인의 기준이나 계속 일하길 원하는 고령층과 고용시장에서 밀려나는 고령층의 빈곤 문제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다”며 “중장기적인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