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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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 상속 공제대상·한도 확대 빠져… 경영계 “반쪽 개편”

개편안 주요 내용·반응 / 고용·업종·자산규모 유지기간 / 기존의 10년서 7년으로 줄여 / 업종변경·고용의무 일부 완화 / ‘부의 대물림’ 비판 의식 절충안 / 국회심의과정 다시 논란 예상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가업상속지원세제 개편 방안이 사후관리 의무는 축소하고, 매출액 기준은 유지하는 ‘절충안’ 수준으로 결론이 났다. 경영계 의견을 반영해 사후관리 의무를 완화해 제도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다만 공제대상과 공제액 확대 등은 빠졌다. 한쪽에서는 ‘반쪽짜리’ 개편이라고 지적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편법적인 ‘부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평가한다.

11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열고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중소·중견기업이 고용 인원, 업종, 자산 규모를 유지해야 하는 기간을 10년에서 7년으로 축소하는 내용을 담은 개편안을 발표했다.

현재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10년 이상을 경영한 매출액 3000억원 미만의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최대 500억원의 상속세를 공제해준다. 대신 10년간 업종을 유지하고 고용 인원도 100% 승계(중견기업은 120% 이상)하면서 기업 자산의 20% 이상을 처분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경영계는 급변하는 기업 환경에서 현행 사후관리 요건을 맞추기가 어렵고 기간이 10년으로 너무 길다는 불만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사후관리 요건을 맞추기 어려워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고, 결국 상속세 부담에 기업을 매각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가업상속공제의 연간 이용 건수와 금액을 보더라도 2015년 67건·1706억원, 2016년 76건·3184억원, 2017년 91건·2226억원에 그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업상속 지원세제 개편방안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정은 이번 개편안에서 독일(7년, 100% 공제 시)과 일본(5년) 등의 사후관리 기간 등을 감안해 우리도 10년에서 7년으로 줄이기로 했다. 고용유지 의무는 중소기업의 경우 현행 10년 통산 정규직 근로자 수 100% 이상 유지하게 했다. 중견기업은 현재 ‘120% 이상’인 고용 유지 의무를 ‘100% 이상’으로 낮춰주기로 했다.

지금은 표준산업분류상 소분류로 구분된 ‘전분 및 전분제품 제조업’을 하는 업체가 다른 소분류인 ‘제빵업’으로 업종을 전환하지 못한다. 앞으로는 두 업종이 포함된 ‘식료품 제조업’ 중분류 내에서 변경이 가능하다. 식료품 제조업체가 음료제조업으로 중분류를 넘어서 변경할 경우에는 전문가 등으로 이뤄진 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자산유지 의무는 자산 처분이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예외로 허용하기로 했다.

매출액 ‘3000억원 미만’ 기준을 유지한 건 ‘부의 대물림’의 길을 터줄 수 있다는 지적을 반영해서다. 여당에서는 매출액 기준을 5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까지 늘리는 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매출액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기업에 상속세를 공제해주는 게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나오면서 무산됐다. 앞으로 국회 법안 심의 과정에서 매출액 기준 확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중기·중견기업계는 이번 방침을 환영한다면서도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미흡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입장문을 내 “사후관리 기간 및 업종유지 의무 완화는 중소기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하던 숙원 중 하나로 환영하는 바”라면서도 “고용과 자산유지 의무, 피상속인 최대주주 지분요건의 경우 중소기업계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사후관리 기간 축소, 업종 변경과 자산유지, 고용유지 의무 일부 완화 등 일부 개선 방안은 늦었지만 환영한다”면서도 “대상 확대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면 높은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가업상속공제제도 개편은 혁신성장의 연장선”이라며 “다만 가업상속개편이 부의 대물림을 키워준다는 우려도 해소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이우중·이현미 기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