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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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자율주행서 ‘게임 체인저’ 야심

세계 최고 기술력 美 ‘오로라’에 전략투자 / 솔루션 개발·인지 센서·제어 기술 등 선두 / 수소전기차 자율주행 기술 공동 연구중 / 2021년 ‘레벨4’ 수준 로봇택시 시범사업

현대·기아자동차가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력을 가진 것으로 정평이 난 미국 기업 ‘오로라(Aurora Innovation)’에 전략투자를 단행한다. 전동화(친환경)와 함께 미래차의 양대 축인 자율주행에서 ‘게임 체인저’로 발돋움하겠다는 야심찬 구상이다.

현대·기아차는 13일 사업 파트너사인 오로라에 전략투자를 한다고 밝혔다. 투자 금액은 비공개이나 수백억원대로 전해졌다. 양사 인연은 작년 1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크리스 엄슨 오로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가전전시회(CES)에서 만나 협업을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1월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정의선 부회장(오른쪽에서 첫 번째)과 미국 자율주행 전문기업 오로라의 크리스 엄슨 사장(〃 두 번째)이 이번에 새로 공개한 수소연료전지 전기차 ‘넥쏘(NEXO)’ 앞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이후 양사는 수소전기차 넥쏘를 활용한 자율주행 기술을 공동 연구해왔다. 오로라는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 부문에서 월등한 기술 역량을 보유한 기업이다. 2017년 구글의 자율주행 기술 총책임자인 크리스 엄슨,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총괄 스털링 앤더슨, 우버의 인식기술 개발 담당 드루 배그넬 등 자율주행의 선구자들이 모였다는 점만으로도 전세계의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오로라는 소프트웨어 솔루션 개발과 인지 및 판단 분야의 각종 센서, 제어 기술, 클라우드 시스템과 연결돼 정보를 주고받는 백엔드 솔루션 등에서 최고 기술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사는 오로라의 자율주행시스템인 ‘오로라 드라이버’와 넥쏘 수소전기차의 협업을 통해 기술 고도화를 꾀하고 있다. 오로라 드라이버에는 고성능 라이다(레이저 이용 사물 감지)와 레이더(전파 이용 사물 감지), 카메라를 비롯해 최적의 안전운행 경로를 도출하는 소프트웨어 모듈이 탑재됐다. 크리스 엄슨 CEO는 넥쏘를 선택한 배경에 대해 자사 기술을 가장 완벽히 구현할 차로 평가한 바 있다.

 

현대·기아차는 우선 2021년 스마트시티 내 ‘레벨 4’(고도 자동화) 수준의 로봇택시 시범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뒤, 사용자가 운전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도어 투 도어’(레벨 5) 수준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힘쓸 계획이다.

이를 위한 협업은 전방위적이다. 자율주행차의 ‘두뇌’ 역할인 인공지능 기반 통합제어기를 개발하기 위해 미국 인텔 및 엔비디아와 협력 중이고, 중국 바이두가 주도하는 자율주행차 개발 ‘아폴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고성능 레이더 전문 개발 미국 스타트업 ‘메타웨이브’, 이스라엘 라이다 전문개발 스타트업 ‘옵시스’, 미국 인공지능 전문 스타트업 ‘퍼셉티브 오토마타’ 등에도 투자했다. 현대차 단독으로는 지난해 2월 넥쏘와 제네시스 G80을 활용해 서울∼평창(190㎞) 고속도로에서 레벨 4 주행을 구현했다.

완성차, 제어 시스템 등 ‘팔다리’에선 세계적 수준에 다가서고 있는 것과 달리 인지와 판단 등 ‘눈’과 ‘두뇌’ 부문에선 선진국과 큰 기술 격차를 보이고 있어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센서 분야는 미국·독일 등 선진국 기술 대비 30∼80% 수준이다. 라이다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카메라는 상용화할 수준의 사물인식이 어려운 기반기술 확보 단계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미국의 자율주행 기술을 100점으로 봤을 때 중국은 85점, 우리나라는 80점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