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 사태에 연루된 법관들의 판결이 잇달아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정당한 문제제기란 주장과 과도한 흔들기란 지적이 동시에 제기된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고법 행정3부(부장판사 문용선)는 참여연대가 행정처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을 깨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행정처가 감사 과정에서 제출받은 문건 등 정보를 공개할 경우 조사 대상자가 공개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감사 등 조사에서 협조를 꺼릴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참여연대 측은 강하게 반발하며 대법원을 상대로 비위 통보 법관 66명과 징계 대상자 10명의 명단, 비위 내용 등을 추갈 정보공개 청구하기로 했다.
이번 항소심 판결이 논란을 일으킨 배경은 재판장인 문용선 부장판사는 검찰이 사법농단에 연루됐다며 법원에 통보한 비위 법관 66명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는 2015년 서울북부지법원장 시절 당시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으로부터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재판 청탁 내용을 전달받고, 담당 주심 판사를 사무실로 불러 그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항소심 재판에서 문 부장판사를 배제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법관들의 판결이 논란을 일으킨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는 ‘드루킹’ 일당과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허익범 특별검사에 의해 불구속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한테 징역 2년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당시 정치권 등 일각에서는 정부의 ‘사법농단’ 의혹 수사에 따른 보복성 판결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1심 선고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 재판장은 성창호 부장판사였다. 성창호 부장판사는 영장전담 부장판사 시절인 2016년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로 법관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이를 축소하기 위해 검찰 수사기록을 법원행정처에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재판이 진행 중이다.
법조계에서는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법관들의 판결을 놓고 의견이 갈린다. 한쪽에서는 이들을 재판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과도한 흔들기라고 반박한다. 한 변호사는 “이런 논란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사람들이 사법부에 갖는 신뢰도가 많이 떨어졌다는 증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