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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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난 MB·朴 정부 정보 경찰의 잠행

좌파 소셜테이너 가이드라인 마련 제안
정치 성향에 따른 차별적 지원 방안 검토

 

이명박(사진 왼쪽)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정보 경찰이 김제동·김미화 등 이른바 ‘좌파’로 분류된 문화예술인들을 견제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수립 제안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보 경찰은 박근혜(사진 오른쪽) 정부 때에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특정 단체들의 지원을 차별적으로 검토하려 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에 대한 공소 사실 내용 등을 14일 공개했다.

 

해당 내용에 따르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 경찰은 청와대 지시로 지방선거·교육감선거 등 각종 선거 정보뿐 아니라 진보 성향 연예인, 단체를 견제하기 위한 정보도 광범위하게 수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 전 청장이 경찰청 정보국장이던 2012년 10월 정보 경찰은 ‘소셜테이너 활동, 정부 부담으로 작용 우려’(이하 소셜테이너 보고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청와대에 올렸는데, 여기에는 진보성향 연예인의 개인 동향과 견제 방안이 상세히 담겨있었다.

◆ MB 정부 당시 “소셜테이너의 영향이 커 정부 비난 여론 조성 우려…가이드라인 마련해야”

 

소셜테이너란 사회를 뜻하는 ‘소사이어티’(society)와 연예인을 가리키는 ‘엔터테이너’(entertainer)를 합쳐 만든 신조어로, 사회 이슈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밝히거나 직접 참여하는 연예인을 뜻한다.

 

트위터로 투표 시간 연장을 요구한 이외수 작가, 대학가를 돌며 토크 콘서트를 시작한 방송인 김제동 등이 당시 정보 경찰의 소셜테이너 보고서 명단에 올랐다.

 

정보 경찰은 보고서에서 “(소셜테이너들이) 여론 형성이 미치는 영향이 크고, 야권 후보 지지 활동의 일환으로 정부 비난 여론을 조성할 우려가 있다”고 분석한 뒤, “대선이 임박해서 소셜테이너들의 선거 관련 활동을 규제하려고 하면 선거개입 논란이 우려되므로 미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공포하자”고 제안했다.

◆ 朴정부 때는 “좌파단체에는 지원 차단하고 보수단체에는 지원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 이후 정보 경찰은 좌파단체에 국고보조금이 편중된 실태를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검토해달라는 청와대의 요청에 따라 좌파단체 지원을 차단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청와대에 다수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정보 경찰은 특히 ‘서울시의 좌파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급 현황’을 따로 붙임 문서로 만들어 서울시에서 진보성향 단체에 지급한 보조금 내역을 분석하고, 해당 단체 활동에 대해 상세하게 보고했다.

 

정보 경찰은 2016년 주요 보수 단체들의 관심 사항과 정부에 대한 요청사항을 파악해 보수 단체 지원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정보 경찰은 “반정부 활동 인사와 단체 관련 기초 자료 확보에 노력하는 등 좌파단체 현황 자료를 축적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김성훈 부장검사)는 지난 3일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강 전 청장을 구속기소 하고 강 전 청장 시절 경찰청 차장을 지낸 이철성 전 경찰청장 등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당시 청와대의 현기환 정무수석 등 정무수석실 관계자 4명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김용준 온라인 뉴스 기자 james1090@segye.com

사진=서울·인천 연합뉴스, 청와대 사진기자단, 세계일보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