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해외직접투자액이 1980년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국내 투자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해외투자 증가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1분기 해외직접투자 동향에 따르면 올해 1∼3월 해외직접투자액은 141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4.9%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다. 증가율로도 2017년 1분기 62.9% 이후 여덟 분기 만에 가장 높았다.
이와 달리 국내투자는 전반적으로 부진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1분기 설비투자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7.4% 감소했다. 지난해 2분기부터 네 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기재부는 1분기 해외직접투자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건 지난해 1분기 투자가 97억4000만달러로 최근 아홉 분기 평균치인 120억5000만달러를 크게 밑돈 데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전 분기 대비로는 6.7%, 종전 최고치인 2017년 1분기 136억1000만달러에 비해서는 3.7% 늘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제조업들의 ‘탈한국’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분기 제조업의 해외직접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0.2% 늘어난 57억9000만달러에 달했다. 1분기 제조업 투자액은 분기별 역대 최고치다. 현지시장 판매 확대를 위한 대형 인수합병(M&A)과 생산시설 증설 투자가 늘어난 결과로 보인다. 지난 2월 CJ제일제당이 미국 2위 냉동식품업체 ‘슈완스’를 2조1000억원에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금융·보험업은 47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8.2% 늘었고, 부동산업은 16억1000만달러로 36.4% 증가했다. 수익률 제고를 위한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의 해외펀드 투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가별로는 미국·중국 등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미국 직접투자는 36억5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95.2% 늘었다. 보호무역 확대로 인한 미국 현지시장 진출 목적의 투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반도체, ICT(정보통신기술) 등 생산시설 증설을 위한 투자 증가로 156.1% 늘어난 16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싱가포르 직접투자액은 10억8000만달러로 315.4% 증가했다.
장도환 기재부 국제경제과장은 브리핑에서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경제로 현지 시장 진출을 위한 해외투자 증가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다른 나라와 비교해 해외투자 총누적금액이 낮은 수준”이라며 “선진국으로 갈수록 해외투자가 늘기 때문에 향후도 증가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