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41년만에 이란을 방문해 미국과 이란 간 갈등 재에 나선 가운데, 미국이 13일(현지시각) 오만해 인근에서 발생한 일본 관련 유조선 2척을 어뢰 공격한 주체가 이란이라고 발표하자 일본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놨다.
일본 언론매체 교도통신은 16일 복수의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 정부가 이란이 공격했다는 미국의 설명에 설득력이 없다고 분석했다. 피격 사건이 일어난 시점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란을 방문 중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미국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
앞서 지난 13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 해외 복수 언론에 따르면 당시 일본 해운업체 고쿠카산업 소속 고쿠카 코레이저스호와 노르웨이 선사 프런트라인 소유 프런트 알타이르호가 이란과 가까운 오만해에서 어뢰 공격을 받았다. 3번의 폭발이 발생한 프론트 알타이르호는 화염에 휩싸이며 선원 23명 모두가 긴급 탈출했다. 고쿠카 유조선 선원 21명도 피습 직후 배를 포기하고 대피했다. 두 척의 선원 44명은 모두 무사히 구조돼 부상 1명 외 피습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같은 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일본 연관 유조선 공격과 관련해 “이란에 책임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란은 미국 등이 군사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공격을 꾸몄다며 배후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이란 측은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공작"이라고 비난 성명을 냈다.
반면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복수의 외교 루트를 통해 미국에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일본은 이란의 소행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장관도 14일 폼페이오 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같은 의사를 전달했다. 일본 정부 고위 당국자도 ‘이란 관여설은 추측의 영역’이라고 일본 정부의 입장을 보였다.
미국 매체 AP통신은 ”매우 예민한 시기에 사건이 발생했다 “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가 지난 12일부터 이란에서 중동 역내 갈등을 논의하기 위한 방일 기간 중 일본 국적의 유조선이 공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아베 총리의 방문은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 일본 총리로는 40년 만에 처음이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5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맺은 이란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비밀리에 핵 개발 프로그램을 계속 추진해 왔다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후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재개를 시작하며 최근 들어 이란과 미국 간 역내 긴장감이 높아져 왔다.
이에 미국의 우방으로 알려진 일본이 미국과 이란 간 관계 회복을 위해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 일각의 분석이다. 그뿐만 아니라 14일 요미우리신문이 미·일 소식통을 인용 보도한 바에 의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에 앞서 요청했다. 현재 이란엔 최소 3명 이상의 미국인이 스파이혐의로 구속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미국인들의 석방 요청을 아베 총리가 해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란 방문길에 오르면서 “(중동의) 긴장 완화를 위해 솔직한 의견을 교환하고 싶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아베 일본 총리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만나 “전문가 중엔 의도치 않은 충돌로도 일대 갈등이 확 일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13일 테헤란에서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회담을 가졌다. 아베 총리는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중동 내) 긴장을 막는 데 최대한의 역할을 하려고 한다”라며 “이것이 이번 이란 방문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양국의 오랜 우호를 부각하면서도 “중동 내 긴장의 뿌리는 이란을 겨냥한 미국의 경제 전쟁(제재)이다”라며 “이 전쟁이 끝나야 중동과 세계가 긍정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일본이 중동 내 안정에 필요하다면서도 미국과 갈등을 중재하거나 협상을 매개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같이 이란의 소행을 주장하는 미국을 인정 할 수 없다는 일본의 입장에는 결국 아베 총리가 미국과 이란을 중재하고 있는 와중에 유조선이 피격된 것과 관련해 ‘외교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일본 내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측은 미국 측에 "(공격 주체가 이란이면) 미국과 이란 사이의 중재에 나선 아베 총리의 체면이 현저하게 손상될 수 있다”라며“중대한 사안이라서 사실 확인을 철저히 해야 한다”라는 입장을 함께 전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