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구속)의 범행동기가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고씨는 전남편 강모씨와 결혼생활동안 경제적 갈등, 육아문제 등을 겪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혼 후에도 고씨는 재산분할 과정에 불만을 가졌으며 재혼 후 아들의 이름에서 전남편 성을 지우는 등 과거 흔적을 지우려는 시도까지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아들을 보게 해달라는 강씨의 지속적인 요구에 불만을 가져 범행까지 이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독박육아와 유학생활비” vs “폭언과 폭행” 순탄치 않았던 결혼생활
17일 서울신문에 따르면 고씨는 경찰조사에서 전남편과 결혼생활에 대해 “해외유학 생활비와 육아를 도맡았음에도 자신을 무시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6년간 연애 끝에 결혼에 성공했지만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던 전남편 강씨의 유학 생활과 경제력에 불만을 가졌다는 것이다. 유가족은 이에 대해 “결혼 후에도 형이 계속 공부하는 것으로 서로 합의해 결혼했고 형은 국비 장학금을 받고 교환학생으로 1년간 네덜란드 유학을 다녀온 것”이라고 고씨 주장을 반박했다.
갈등 끝에 2016년 말 먼저 이혼을 요구한 것은 전남편 강씨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족에 따르면 고씨는 자신이 양육권을 갖는 조건으로 이혼에 합의했고, 그때부터 강씨에게 아들을 보여주지 않았다. 강씨의 동생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끝은 협의(이혼)로 가게 됐지만 형님이 이혼을 결정했던 결정적인 계기 중 하나가 폭언과 폭행에 시달렸던 것 같다”며 “일방적으로 당했다. 긁힌 자국도 많고 핸드폰으로 맞아서 눈이 찢어졌던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 “이혼 후 양육비 몇번 내, 신혼집 분할도 부당해” vs “매달 양육비, 결혼자금 모두 회수”
이혼 후에도 둘 사이 갈등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고씨는 경찰조사에서 “(강씨에게)이혼 후 양육비를 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고 전남편도 처음부터 양육비를 보낸 게 아니고 그냥 몇번 낸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강씨 유가족 측은 매달 양육비를 보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씨 동생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형이 매달 40만원 씩 보내는 양육비 때문에 9900원짜리 옷이나 유행 지난 이월 상품만 입고 다녔다”며 “연구실 일이 바빠 주말에 이벤트 회사에서 물품을 나르거나 시험 감독 등의 아르바이트를 하며 뼈 빠지게 일했다”고 말했다.
고씨는 이혼 후 재산 분할 과정에서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있다. 결혼당시 신혼집 마련을 위해 자신이 4500만원을 냈지만 집을 시아버지 명의로 등기이전 해 갈등을 빚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씨 유가족 측은 고씨가 신혼주택 구입자금을 이혼 후 모두 회수해갔다고 반박했다.
◆ 고씨 재혼 후 전남편 흔적 지우려했지만 반복되는 아들 만남 요구에 스트레스
고씨가 현남편과 재혼 후 전남편의 흔적을 지우려한 정황도 나타났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범행 1주일 전 아들과 제주의 한 놀이방을 찾았는데 방문기록에 아들 이름을 전남편의 성이 아닌 현남편의 성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적으로 현남편 호적에 아들을 등록하려면 전남편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아들에게 전남편의 존재를 지우기위해 임의로 현남편의 성을 대체해온 것으로 풀이된다.
고씨는 2017년 이혼 후 2년간 강씨와 아들의 만남을 거부해왔다. 고씨는 경찰조사에서 “전남편은 이혼 후 언제든지 아이를 만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법으로만 해결하려고 했다. 그래서 기분이 나빴다. 전남편으로부터 ‘아이 접견을 위한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문자를 계속 받았다. ‘내가 아이 엄마인데도 무시를 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범행동기를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강씨는 장난감을 집에 간직할 정도로 평소 아들과 재회를 꿈꿔온 것으로 보인다. 강씨는 고씨를 상대로 면접소송권 소송에서 승소해 아들을 만날 기회를 얻었다. 2년 만에 아들을 만날 기회를 얻은 강씨는 만남의 장소로 이동하며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행복의 꿈을 꾸겠다 말해요. 아들을 꼭 보겠다 말해요”라고 노래를 흥얼거린 사실이 차량 블랙박스를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