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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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주차장 없으면 차 못사고 이사도 못한다

내달 1일 전국 첫 도 전역 ‘차고지증명제’ 시행

제주에서 제 주차장이 없으면 차를 살 수 없고, 이사도 갈 수 없게 된다.

 

18일 제주도에 따르면 중·대형 신차(전기자동차 포함)를 사거나 주소를 옮길 때 반드시 차고지를 확보해야 하는 전국 첫 ‘차고지증명제’가 다음 달부터 제주 전역에서 확대 시행한다.

 

저소득층이 소유한 1t 이하의 화물자동차는 제외한다. 경형·소형차는 2022년부터 적용한다. 거주지에 차고지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직선거리 1㎞ 이내 주차장을 임대해야 한다.

 

이 때문에 새로운 비용 지급에 대한 공감대 확보와 지역별 주차환경 편차에 따른 형평성 논란 해소 등이 관건으로 꼽힌다.

 

차고지 증명제는 2007년 2월 제주시 동(洞)지역에서 대형차를 대상으로 처음 시행됐고 2017년 1월부터 중형차까지 확대됐다. 이번에 도 전역으로 확대 시행되는 것으로 애초 2022년 1월 예정됐던 것을 2년 반 앞당겼다.

 

관광객 렌터카로 가득 찬 제주 성산항 주차장. 연합뉴스

‘렌터카 총량제’와 함께 제주지역 교통난 해소를 위해 차량 증가를 억제하는 수급조절 정책이 본격 시험대에 오른다.

 

현대성 제주도 교통항공국장은 “차량 소유·운행에 따른 주차에 원인자 부담 원칙을 적용하는 정책”이라며 “가파른 자동차 증가로 도로·주차장 등 교통 인프라 용량이 포화한 상황에서 수급을 조절하기 위한 것으로 차량 증가를 억제하고 주차난을 해소하는 취지”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차고지 증명 수요 대비 주차면 수 조성계획을 분석한 결과 여유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13만7000면과 내년 13만1000면, 2021년 12만4000면, 2022년 11만3000면 등 주차면수 확보계획에 따라 차고지 증명을 위한 임대에 별 무리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로써 차고지 확보 의무화에 따른 수요 감소와 무단주차 억제에 따른 주차난 완화 효과가 기대된다.

 

차고지증명제는 ‘렌터카 총량제’에 이어 도민 차량을 대상으로 수급 조절을 꾀하는 정책이다. 실제 렌터카총량제 시행 이후 차량 급증세가 꺾여 등록 대수가 답보상태를 보인다.

 

차고지 임대를 위한 공영주차장 유료화도 확대한다. 도내 공영주차장 50면 이상(148곳)과 30면 이상(177곳)이 각각 내년과 2022년까지 유료화 된다.

 

현재 공영주차장 유료화 비율은 13.1%로 3만8299면(1120곳) 중 4999면(40곳)에 불과하다.

 

제주도는 차고지 임대 활용을 위해 이면도로 노상주차장 관리도 강화한다. 주택가 이면도로 등에 주차선이 구획돼 유료 주차장으로 활용된다. 읍면동별 시범사업이 추진된다.

 

이 같은 차고지증명제 시행 과정에 지역별 주차환경 격차에 따른 형평성 논란이 우려된다.

 

차고지 확보를 위한 접근성과 편의성, 비용 등이 거주지에 따라 일정 부분 다르고 그에 따른 불편·불이익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경우 제도 안착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거주자 우선주차제 시행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거주지 내 차고지를 확보하지 못한 운전자의 차고지 마련에 편의성을 높일 수 있지만 주민 간 이해관계 등으로 반발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서 2009년 거주자 우선주차제가 도입됐지만 2년 만에 전면 폐지됐던 만큼 도민 공감대 형성과 합리적인 운영체계 확보 등이 과제로 꼽힌다.

 

원희룡 지사는 “차고지를 마련하기 위해 도민들이 직접 발품을 파는 일이 없도록 애로사항이 많은 지역에 대해서는 ‘주차장 알선업’ 정도의 수준까지 정보를 안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