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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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못 들겠다는 양심적 병역거부자 살상 게임 접속…‘무죄’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연합뉴스

 

종교적 신념으로 입대를 기피한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과거 총 등 무기로 상대방 캐릭터를 살상하는 일인칭슈팅(FPS)게임을 한 사실이 적발돼 병역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2부(홍창우 부장판사)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박모(22)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박씨는 2017년 12월26일까지 신병교육대로 입대하라는 현역입영통지서를 전달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에서는 박씨의 게임 접속 사실도 쟁점이 됐다. 박씨는 과거 본인 명의 계정으로 ‘서든어택’ 등 FPS 게임에 2회 접속해 총 40분가량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대검찰청은 지난해 12월 병역법 위반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내세우는 병역거부 사유의 정당성을 확인하기 위한 판단 지침을 내려보냈다.

 

이 지침에는 FPS 게임 가입 여부를 확인하는 내용이 담겼다.

 

병역거부자가 ‘집총거부’라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군대 입영을 거부하는 만큼, 해당 게임을 자주 한다는 사실이 증명되면 간접적으로 병역거부 주장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 이행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불이행을 처벌 등으로 제재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 보장체계와 전체 법질서에 비춰 타당하지 않다”며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병역법 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과 계정을 공유하던 친구가 해당 게임을 이용했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설령 직접 게임을 이용했다고 하더라도 접속 횟수나 시간에 비춰 보면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이 진실하지 않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박씨처럼 ‘양심적 병역거부’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항소한 다른 여호와의 증인 신도 김모(22)씨와 최모(26)씨도 같은 날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박씨 등이 청소년기부터 성실하게 종교활동을 해온 점, 중·고등학교 생활기록부나 범죄 전력 등을 볼 때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생활 태도를 보인 적이 없는 점 등을 근거로 이들의 양심이 진실하다고 판단했다.

 

김용준 온라인 뉴스 기자 james109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