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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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평가 앞둔 자사고 22곳 더 남아… ‘혼란 불가피’

[이슈톡톡] 상산고·안산동산고 ‘지정 취소’ 위기

전북도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교육계가 일대혼란에 빠졌다. 대표적인 전국 단위 자사고로 꼽히는 전북 전주 상산고와 경기 안산 동산고가 모두 평가에서 탈락하며 올해 평가를 앞둔 22개 자사고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자사고 폐지’ 공약 이행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전북도교육청 입구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을 호소하는 등 내용의 현수막이 붙어있다. 전주=뉴시스

◆하루새 2개교 자사고 지정 취소 위기에 몰려

 

20일 하루에만 상산고와 안산동산고가 잇따라 자사고 재지정 기준점수를 충족하지 못해 취소 위기에 놓였다. 전북교육청은 이날 상산고가 재지정 평가에서 기준 점수인 80점에 미달하는 79.61점을 받았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평가 결과를 토대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의거해 지정 취소 절차에 돌입하기로 했다. 학교 측과 학부모들은 즉각 집회를 여는 등 반발에 나섰다.

 

경기교육청도 이날 안산동산고의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 결과 재지정 기준 점수인 70점에 미달해 지정 취소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도교육청은 “자율학교 등의 지정·운영위원회가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 결과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 안산동산고가 자사고 지정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다만 구체적인 점수와 감점 항목 및 이유 등은 밝히지 않았다.

 

이들 학교는 향후 청문과 교육부 장관 동의 절차 등을 거쳐 도교육청이 자사고 지정 취소를 결정하면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 교육부는 “신속하게 동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8월 중에는 이들 학교의 지정 취소 동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자사고 지정이 취소되더라도 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은 졸업 때까지 자사고 학생 신분을 유지한다.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 회원들이 20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자사고 폐지 방침에 반대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교육계선 ‘찬반 논란’… “서울 자사고들도?”

 

교육단체들 사이에서는 찬반이 엇갈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성명을 내 “전북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재지정 기준점을 설정하고 평가지표를 변경했다”며 “불공정한 결정이 내려진 만큼 이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총은 도교육청이 기준점수를 상향조정한 건 ‘차별’이자 ‘정당하지 않다’며 교육부를 향해 “상산고 지정 취소에 동의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는 “자사고는 학교선택권을 확대하고 교육경쟁력을 높였다”면서 “전북교육청이 비상식적인 기준을 내세워 평가한 만큼 교육부가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자사고를 비롯한 특권학교를 폐지해야 한다”면서 “다른 시·도교육청들도 공정하고 엄격하게 운영평가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정권 들어 교육당국이 자사고 폐지 방침을 내세워온 만큼 재지정 탈락 사례가 다른 자사고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올해는 상산고와 동산고를 포함해 전국 24개 자사고가 평가 대상에 올라 있다.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 회원 1000여명(주최 측 추산)은 이날 오전 서울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자사고 평가위원과 평가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등 목소리를 높였다.

검은 상복을 입은 상산고 학부모들이 20일 전북도교육청 앞에서 ‘전북교육은 죽었다’는 뜻의 절을 하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확정 여부 따라 고입에 미칠 영향 달라질 듯

 

이번 상산고 평가 결과가 내년도 고교입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무엇보다 자사고를 준비해온 학생들의 혼란이 우려된다”며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최종 확정까지의 기간을 빠르게 단축시켜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이어 “일반고 전환 절차의 복잡성 등으로 처리가 길어질 경우 학생들의 학교 선택에 혼란이 커질 수 있고, 학부모들이 다른 자사고나 명문 일반고가 있는 지역으로 이사를 고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학생들에게 “지정 취소가 최종 확정될 때까진 끝까지 준비해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교육학)는 “문재인정부와 진보교육감들이 연합해 본인들이 평소 가지고 있었던 소신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정이 취소되는 자사고들을 중심으로 소송이 잇따를텐데 5년 이상 이어질 경우 정권이 바뀔테고, 다음 정부가 어떤 교육정책을 펼지 모르니 결국은 학생·학부모들에게 혼란만 초래하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