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군 석포면 낙동강 협곡에 자리 잡은 영풍 석포제련소. 굴뚝 수십곳에서 뿜어낸 희뿌연 연기가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1970년에 설립된 영풍 석포제련소는 연 매출 1조4000억원의 아연 생산량 국내 1위, 세계 4위 비철금속 제련업체다. 반면, 공장 주변 환경오염은 심각한 수준이다. 아연 제련 공정에서 나오는 아황산가스가 인근 산림을 덮쳤다. 공장을 둘러싼 산에는 풀 한 포기 나지 않고 나무들은 말라 비틀어졌다. 과거 자연경관이 빼어난 봉화군의 특산물로 알려진 자연산 송이버섯의 연간 생산량이 1만t이나 됐었지만 지금은 10t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공장 바로 옆 낙동강 본류에는 다슬기 한 마리 찾아보기 힘들다. 오염물질이 쌓여 붉게 변한 토양과 하얗게 얼룩진 바위만 볼 수 있다. 카드뮴, 비소 등 중금속이 최상류인 이곳에서 흘러들어 1300만 영남권 주민의 식수원인 낙동강을 위협한다. 안동댐에선 중금속에 오염돼 물고기가 떼죽음하고 그 물고기를 먹은 왜가리 등 철새들도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 나간다.
환경단체는 영풍 석포제련소를 “낙동강 오염 주범”이라며 공장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2015년 실시한 석포제련소 주변 지역 환경영향조사에서 토양 시료를 검사한 결과 반경 4㎞ 안 448개 저점 중 344개 지점에서 우려 기준을 넘는 중금속이 검출돼 토양 정화 명령이 내려졌다. 석포제련소는 2018년에는 폐수 70여t을 낙동강에 배출해 20일 조업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최근 5년간 환경 관련 법령 위반 사항은 48건이나 된다. 제3공장을 허가 없이 증설하고 불법으로 가동하다 2013년 적발됐지만 강제 이행금만 납부하고 불법건축물 양성화를 거쳐 운영 중이다.
환경부는 지난 4월 제련소 공장 내 무허가 관정 52곳 개발·이용, 폐수 배출시설 및 처리시설 부적정 운영 등 6가지 관련 법률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아울러 인근 하천에서 카드뮴 농도가 기준치보다 초과한 것을 확인했다.
이에 경북도는 영풍 석포제련소에 120일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통지했다. 제련소 측은 조업정지가 현실화하면 철강·자동차 등 관련 업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고, 설비 부식 문제로 연내 재가동이 불가하다고 반발하며 청문을 요청한 상태다.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국정감사에서는 “느슨한 관리·감독과 솜방망이 처벌에는 뒤를 봐주는 ‘환피아(환경부+마피아)’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30대 기업에서 채용한 관료 출신 사외이사 비율이 43%인 데 비해 영풍그룹은 8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영풍 측은 홍영표 의원이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맡은 시기에 지인을 통해 홍 의원에게 접촉을 시도한 사실도 드러났다.
석포면 주민 건강영향 조사에 따르면 소변과 혈액에서 나온 카드뮴 농도가 우리나라 국민 평균보다 3.47배 높았다. 석포면 전체 인구 2200여 명 중 80%가 제련소와 관련된 일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석포면에서 재배된 대파에서 카드뮴이 기준치를 초과해 가락시장에서 돌려보낸 적도 있다고 한다. 석포 주민들은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지역 경제와 생계가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이를 드러내기 힘들었다.
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피해 공동대책위는 영풍 석포제련소에 대한 통합환경조사를 시행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낙동강 1300만 국민의 안전한 식수가 확보될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봉화·안동=사진·글 남정탁 기자 jungtak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