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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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미의영화산책] 신뢰가 만드는 원팀의 힘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과 같은 국민적 관심과 응원의 열기가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결승 진출로 다시 불타올랐다. FIFA 주관 남자축구 대회에서 사상 첫 결승 진출이라는 위업은 값진 은메달이라는 찬사를 받기에 충분하다. 가장 큰 공로로 정정용 대표팀 감독의 원팀 리더십이 화두가 되기도 했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근원을 만날 때 우리는 가슴 벅찬 감동을 받게 된다.

영화 ‘맨발의 꿈’(감독 김태균)이 바로 그러한 감동의 순간으로 이끈다. 21세기 신생독립국 동티모르로 갔던 김신환 감독이 맨발로 축구를 하던 동티모르 아이들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들과 함께 기적을 만든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유소년 축구단을 결성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제30회 리베리노컵 국제유소년축구대회에서 6전 전승으로 우승컵을 차지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영화는 한때 촉망받는 축구선수였지만, 사업도 실패하고 심지어 사기까지 당해 해외에서 승부수를 두려던 김원광(박희순)이 동티모르로 들어가게 되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역시 사기당한 채, 귀국을 권하는 대사관 직원 박인기(고창석)와 함께 공항에 가던 중, 맨발로 축구를 하던 아이들에게 마음을 뺏겨 남기로 결심한다. 축구 관련 물품을 파는 스포츠매장을 차렸지만, 가난한 나라에서 장사가 될 리가 없다. 맨발로 축구를 하던 아이들에게 축구화를 팔려는 욕심으로 신용할부라는 명목으로 나누어주기도 하지만 결국 돈을 받지 않는다. 아이들을 한명 한명 지도하던 사이에 선수로 뽑힌 아이들과 부모·자식 같은 끈끈한 유대를 가지게 되면서 서로를 깊이 신뢰하는 관계로 변하게 된다.

영화 속 명대사는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가난하면 축구 못한다고 누가 그래”라고 말하면서 희망을 이야기한다. 김원광은 영양부족으로 일시적 시력저하에 고생하는 선수에게는 한국에 약을 부탁해 전해주기도 하며, 기술이 뛰어난 축구천재 라모스를 위해 한국으로 가져가려던 자신의 전 재산을 선뜻 내놓기도 한다. 원팀의 비결은 어려움을 당했을 때, 앞뒤 가리지 않고 그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서로 간에 생기는 신뢰감에서 비롯된다. 쉽지는 않지만 함께하는 마음이 이뤄내는 큰일들에 박수를 아끼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