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을 동시 교체한 것은 경제정책의 효과를 독려하는 ‘충격요법’으로 풀이된다. 각계에서 비판하듯이 그간의 경제정책 운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자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만큼 집권 3년 차를 맞아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경제라인을 일신했다는 관측이다.
김수현 전 정책실장과 윤종원 전 경제수석은 지난해 11월과 6월 각각 임명됐다. 문 대통령은 한번 눈에 뜬 사람은 큰 대과가 없으면 오랫동안 신임하며 일을 맡기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김 실장과 윤 수석은 1년도 일해 보지 못하고 물러났다. 성과를 내지 못한 데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인적 쇄신을 통해 구체적인 결과를 내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혹평을 받는 경제분야는 집권 2년을 보낸 문 대통령에게 뼈아픈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2주년을 맞아 진행된 KBS 특집 대담에서 1분기 경제성장률이 -0.3%를 기록한 데 대해 “정부나 한국은행에서는 2분기부터 좋아져서 하반기에는 2% 중후반 수준으로 회복할 전망과 기대를 하고 있다”고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21일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 3월보다 0.2%포인트 내린 2.4%로 발표했다.
그렇다고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으로 상징되는 경제기조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이 신임 정책실장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신임 경제수석에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을 임명한 것은 경제정책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여권 관계자는 “김 실장이나 이 수석 모두 문재인정부 초창기부터 합류했던 인물로 어떻게 보면 기초적인 밑그림을 그렸던 인물들”이라며 “이전보다 강화되면 강화됐지 후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신임 실장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정부는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3대 축으로 국민이 모두 잘 사는 사람 중심 경제의 길을 가고자 한다”며 기존 정책 고수 의지를 분명히 했다. 또 “성과가 확인된 것은 더욱 강화하고 시장의 기대를 넘는 부분은 조정하는 것이 정책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여권에서는 벌써 후임 인사들에 대한 하마평도 나돌고 있다. 공정거래위원장에는 공정위 출신의 김병배 전 부위원장, 김은미 전 심판관리관, 김남근 변호사,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수현 전 실장이나 윤 전 수석은 내년 총선 출마설이 도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자리에 임명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야당은 이날 인사를 혹평했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청와대 인선, 마이동풍이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골목길마다 살려 달라고 아우성이고 기업들은 규제를 풀어 달라며 애걸 중이다. 청와대만은 이렇게 나 홀로 천하태평일 수 있는가”라고 목청을 높였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총체적인 경제 실패를 가져오고도 청와대가 기존의 실패한 경제정책을 더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며 “참으로 안타까운 인사”라고 촌평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그 나물에 그 밥인 인사”라며 “청와대가 김상조를 칼자루 삼아 소득주도성장의 칼로 어려운 민생을 더 난도질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이 수석 임명에 대해서도 “관료 출신 경제수석을 내정해 청와대 멋대로 경제를 주무르겠다는 야심”이라고 공세를 펼쳤다.
김달중·곽은산 기자 da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