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캐나다에선 대형 트레일러로 북미대륙에 큰 삼각형을 그리며 화물을 운송하는 트럭커를 ‘트라이앵글러’라고 부른다. 캐나다 동부나 서부에서 미국 중남부로 간 후 다시 서부나 동부를 들러 출발점으로 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14일, 거리는 1만1000∼1만2000㎞.
캐나다 이민 13년째인 최창기씨는 지난해 11월부터 트라이앵글러로서 자신의 삶을 ‘디젤집시’라는 아이디로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지금까지 200여편을 올렸는데 구독자 2만3000여명에 조회수가 490만여회에 달한다. 덕분에 한없이 단조로울 듯한 끝없는 길 위에 숨어있던 이야기가 세상에 떠올랐다. 최씨는 인터뷰에서 “평범하지 않은, 그렇다고 특별히 비범할 것도 없는 일상을 고국의 동종업 종자자와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동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며 “선진국의 물류 시스템과 드라이버를 어떻게 가르쳐 업무에 종사하게 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유튜버가 된 계기를 밝혔다.
다음은 최창기씨와 이메일로 나눈 일문일답.
-어떤 경로로 북미대륙에서 활동하는 트럭커가 되었나요.
“저는 한국 부산에서 태어나 20대 중반까지 부산에서 살았던 1972 년생입니다. 이후 20대 후반 호주로 유학을 다녀온 후 울산 현대 중공업 외국계 협력 업체에서 몇 년 동안 일을 하던 중 2003년경 갑자기 건강이 악화되면서 하던일을 그만둬야 했습니다. 이후 약 1년 넘게 치료에 전념을 한 후 다시금 건강을 되찾고부터 아무 사전 지식 없는 상태에서 트럭을 구입해 2004년말 부터 한국에서 트레일러 운행을 하게 됐습니다. 그때 다른 트레일러 기사분들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의 저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주변분들이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지입 형식의 트럭 기사 삶은 녹녹치가 않았습니다. 이후 화물연대에 가입하고 정부를 상대로 투쟁도 해보고 온갖 서러움을 표현해봐도 도무지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거기에다 트럭 운전수라면 그저 무식하고 못배운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선입견이 너무 심하게 각인이 된 사회란 걸 절감하면서 무작정 소유한 트럭을 팔고 가방하나 딸랑 들고 2006년 11월 캐나다로 왔습니다.
정말 운이 좋게도 나름 규모가 제법 큰 회사에 입국 후 4일만에 취업됐습니다. 2007년 1월부터 캐나다 정식 ‘Long Haul Trucker(장거리 트럭 드라이버)’가 될 수 있었습니다. 처음 3년 동안은 ‘Work Permit(외국인 고용허가)’를 받고서 일을 했습니다. 일정기간이 지나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같춘 후 2011년도에 캐나다 영주권까지 취득했습니다.”
-일상을 담은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 운행 거리가 국내에선 상상하기 힘든 규모인데 최근 운행 내역이 궁금합니다.
“캐나다, 미국은 엄격하게 트럭 드라이버 일일 운행시간 및 전체 업무시간을 정부에서 규제합니다. 하루 운행을 13시간 이내로 해야 하고, 7일 동안엔 70시간 이내의 운행만 허락합니다. 운행시간이 다 채워지면 반드시 36시간을 휴식한 후(타임리셋)에야 다시 7일 70 운행시간이 살아납니다. 이처럼 규제를 하는 건 아마도 워낙 땅이 넓고 이동거리가 멀다보니 운전자들의 자율에 맞기면, 사회 공공 안전에 위험을 초래 할 수 있기 때문인 듯 합니다.
저는 현재 캐나다 밴쿠버 지역에 삽니다. 운행은 거의 밴쿠버에서 시작합니다. 지난 5월 29일, 밴쿠버 인근에서 제빵제품을 상차한 후 국경을 넘어 약 1700㎞거리의 미국 캘리포니아 털록이라는 도시에 위치한 냉동창고에 6월 2일 새벽에 하차를 완료했습니다. 그 다음날 캘리포니아 샐리나스라는 약 300㎞ 가량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서 브로콜리를 한 트레일러(약 19t)상차해 약 4400㎞ 거리의 미국 대륙을 횡단, 목적지인 캐나다 온타리오주 브램튼이라는 도시에 6월 8 일 도착해서 하차하였습니다. 이때 7일 70 운행 시간을 거의 다 소진한 상태라 인근 ‘트럭스탑(트럭주유소·샤워, 식사 등의 모든 편의를 갖춘 시설)에서 36시간의 타임리셋을 가진 후 6월 10일 오전에 캐나다 온타리오주 브래트포드에서 이번엔 초콜릿을 상차했습니다. 다시 약 4300㎞ 거리를 달려 미국 워싱턴 주 레이크우드에 지난 6월 14일 새벽에 하차를 하고 빈차로 약 300㎞를 달려 국경을 넘어 집이 있는 캐나다 밴쿠버로 돌아왔습니다.
36시간 타임리셋중에는 밀린 빨래도 트럭스탑 내 코인 세탁기에서 하구요. 근처에 한국식당이 있으면 트레일러는 트럭스탑에 놔두고 트럭만 타고 찾아가서 먹기도 합니다.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근처 유명 관광지에 잠시 놀러갖다 오기도 합니다.
저처럼 캐나다 동부나 서부에서 출발해 미국 중남부를 찍고 다시 캐나다 출발지와 반대 지역인 동부나 서부를 거쳐서 거주지까지 돌아오는 드라이버를 ‘트라이앵글러’라고 합니다. 저는 주로 먹거리(야채, 초콜릿, 아이스크림 등)을 운반하는 냉동 트레일러를 달고 다닙니다. 주로 한번 라운드 트립에 걸리는 소요 시간은 평균 14일이구요. 매 트립마다 대략 11000~12000㎞를 운행하구요, 이런 라운드 트립을 한달 평균 두번을 하니, 한달 평균 주행거리는 약 2만2000~2만4000㎞ 정도가 됩니다. 일년평균 주행거리는 약 28만0000~30만0000㎞를 운행합니다.”
-끝없이 긴 도로를 장시간 달리는 건 어떤 느낌인지 상상하기가 쉽지 않은데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풍광을 접하는지 궁금합니다.
“캐나다는 고속도로 기준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의 거리가 약 6000㎞에 달하는 거대한 나라입니다. 처음 몇년은 거리감이 익숙치가 않아서 많이 혼란스러웠습다. 하지만 3년 지난 후 부터는 가도 가도 도무지 끝이 보이질 않는 곧게 뻗은 하이웨이를 달리다 보면 마치 우리 인생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때로는 알고 가는 도로, 때로는 처음 맞이하는 도로, 같은 도로라고 하더라도 계절마다 다가오는 느낌은 또 다르구요. 저는 유난히 가을에 달리는 하이웨이를 좋아합니다. 높고 푸른 하늘, 시원한 바람, 그리고 하이웨이 옆으로 끝없이 펼쳐진 들판에서는 농부들이 분주하게 수확을 하는 풍요로움이 저의 마음까지 넉넉하게 해주거든요. 특히 청명한 가을 밤을 달리다보면 지평선까지 내려앉아서 마치 서로 밝기를 자랑이나하듯이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이 밤하늘을 가득 수놓고, 때론 정말 황홀한 오로라가 피어주는 감격까지 함께 해주면 힘든 트럭커의 피로가 다 풀릴만큼 황홀합니다.
하지만 캐나다의 가을은 너무 짧습니다. 주로 10월 한달이 가을이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대요. 어떤 해에는 10월 말부터 폭설이 내리기도 하니깐요. 캐나다는 1년의 반이 겨울입니다. 매년 11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요. 매년 겨울 중 특히나 매서운 1~2월은 올해로 13년째 겪었는데 여전히 혹독한 북극 한파는 도무지 적응이 힘들만큼 매섭습니다. 제가 경험한 가장 혹독한 겨울 기온은 영하 52도입니다. 영하 52도가 되면 트럭에서 내리는 순간 콧속 잔털이 바로 얼어버리고 심지어는 눈동자까지 얼어서 눈을 깜박이기가 힘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겨울왕국답게 눈이 정말 많이 오는 나라이기도 하죠. 하룻밤사이 80㎝ 넘는 눈이 하이웨이를 덮은 것도 경험을 했습니다. 하지만 겨울에 특화된 나라답게 캐나다는 그 정도 눈에는 동요하지 않습니다. 모든 학교가 정상수업을 하듯 모든 트럭도 날씨에 상관없이 각자 목적지를 향해서 묵묵히 달려갑니다.”
-북미대륙에서 트럭커로 활동하는 한인분이 상당수 있는 듯한데 혹시 마주치는 경우도 있는가요.
“캐나다나 미국을 운행하면서 지난 13년 동안 8번 정도 한국인 트럭커와 우연히 만난 적 있습니다. 북미에만 약 500만명의 트럭 드라이버가 종사하고 있습니다. 내륙이 워낙 광대하다보니 약 80%의 물류를 트럭이 담당합니다. 그 중 대다수가 현지(백인, 흑인) 드라이버들이고 나머지 중 약 80%가 인도 출신 드라이버, 그 나머지 약 19%가 유럽에서 이주해온 드라이버들입니다. 저같은 한국출신 드라이버는 약 0.1~0.2 %도 되지 않는것 같습니다. 하지만 숫자적으로 보면 꽤 많은것 같기도 합니다. 대략적으로 캐나다에만 한국인 드라이버가 200~300명은 된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이니깐요.”
-유튜브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유튜브를 하게된 계기는, 첫째는 항상 홀로 돌아다니다 보면, 하루 13시간 운행 후 나머지 11시간은 온전히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잠을 11시간씩 잘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보니 그 전엔 주로 집에서 다운 받아온 한국 TV 프로나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아주 우연히 2018년 중순쯤부터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시청하기 시작했는데요. 너무도 광대한 콘텐츠, 그리고 정보, 때로는 지식까지 손쉽게 얻을 수 있다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하루 중 많은 시간을 휴식하고 있었고, 그 시간에 조금만 시간을 투자해 저의 평범하지않은, 그렇다고 특별히 비범할 것도 없는 일상을 고국에 계신 동종업을 하시는 분들과의 공유를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처음에는 시작을 했습니다. 제가 처음 캐나다를 오게 된 계기 또한 힘들게 일을 하고 대접은 커녕 사회적인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공정하지 못한 한국의 물류 시스템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선진국의 물류 시스템과, 드라이버를 어떻게 가르쳐 업무에 종사하게 하는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한명의 프로페셔널 드라이버를 만드는데 회사에서 최소한 2년의 시간과 돈을 들여서 철저하게 교육을 시킵니다. 그리고 화물 드라이버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좋은 인식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이들은 트럭드라이버가 살고있는 집, 먹는 음식, 입는 옷을 운반해 주지 않는다면 살수가 없다고 인식합니다. 더불어 한국에서 보지 못한 북미 대륙의 웅장한 풍광까지 함께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유튜브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어떤 점 때문일까요.
“현재 6개월여만에 구독자 2만2000명을 넘은 상태입니다. 나름 잘하고 있는 것인지요? 많은 분들이 좋은 시선으로 좋게 봐 주신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주 능숙한 진행 언변이 좋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촬영기술이 뛰어난 것도 아닙니다. 단지 한국에서 보지 못하고 접하지 못한 풍경, 그리고 한번쯤은 그렇다고들 하더라 정도의 이야기들은 들어는 봤지만 실제로 눈으로 보지는 못한 그런 현상이나, 상황들을 좋아하시는듯 합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투박하고 거친 경상도 억양의 사투리때문에 음성을 넣지않았습니다. 하지만 영상 자막 처리하기가 너무 힘이 들어서 그냥 용기내어서 말을 해보기 시작하니 의외로 거부감 없이 다들 받아 주시는듯 하더라구요.”
-또다른 주인공은 트럭인데 국내에선 볼 수 없는 트럭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제 트럭은 켄워스의 T 680입니다. 510마력에 트럭 길이는 약 10m, 트레일러 길이는 약16m, 총 24미터입니다. 북미 트럭메이커는 100% 미국내 생산 제품들입니다. 대표적인 트럭 메이커는 제가 타고있는 켄워스(Kenworth), 피터빌터 (Peterbilt), 프레잇라이너 (Freightliner), 웨스턴스타(Western Star), 인터내셔널(international), 맥 (Mack), 그리고 유럽제인 볼보(Volvo)가 대다수 입니다. 북미 트럭의 특화된 장점이라면 너무도 튼튼한 내구성과 장거리 드라이버를 위한 넓다란 실내 공간입니다. 북미 트럭 길이는 구매자 요구에 맞게끔 다양하게 제작됩니다. 상대적으로 한국보다는 사회전반적으로 규제가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안전에 관한 규제는 무척이나 엄격합니다.
단점은 요즘 나오는 신차는 많이 좋아 졌지만 여전히 소음이 너무 심하고, 드라이버 운전 편의성이 유럽산 트럭에 비해서 많이 뒤쳐집니다. 요즘 출시되는 유럽산 트럭은 최첨단 사양으로 무장을 하고 드라이버의 운전 피로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이 보이는 반면, 고지식하고 자기들만의 자부심이 강한 미국인 특성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아직도 80년대 모델을 생산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간단한 예로 제가 캐나다에 처음 왔을 2006년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에선 트럭들이 60% 이상 오토매틱 미션을 사용했고 지금은 아마 90% 이상이 오토매틱을 사용할 겁니다. 그러나 북미는 최근 3년 사이에야 비로소 오토매틱이 서서히 보급되는 현실입니다. 아주 오래전에 개발되고 또 튼튼하기로 말하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튼튼한 내구성을 자랑하는 수동미션을 아직도 많은 드라이버들이 선호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유튜브나 일상에서 따로 준비중인 계획이 있나요.
“유튜버로서 바람이라면 ‘구독자 10만’까지 달성해 유튜브 실버버튼을 한번 받아 보는게 소원입니다. 일상에서 계획은 아주 오래전부터 꿈꾸고 마음속에 담아만 두었던 일인데 한국에서 캐나다로 트럭 드라이버로서 오시려는 꿈이 있는 분들을 위해서 번듯한 교육관을 하나 만들어서 운영해 보는게 희망입니다. 한국에선 체계적인 프로페셔널 드라이버 교육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캐나다의 선진 교육시스템으로 야무지게 교육을 실시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인의 저력을 트럭업계에서도 북미인들에게 알리고 싶은 소박하지만 거창한 희망이 있습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