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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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김학의 사건, 1·2차 수사로 못 밝힌 점이 가장 부끄럽다"

[이슈톡톡] 문무일 검찰총장 과거사 사과

“김 전 차관 사건 자체가 부끄럽기도 하지만 더 부끄러운 것은 1·2차 수사에서 검사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밝힐 수 있었던 의혹을 밝히지 못하고 이제 와서 시효가 지났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에 부끄러워하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등 과거 검찰이 맡았던 주요 사건 수사와 관련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참담한 심경을 내비쳤다.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권고 관련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다. 문 총장은 ‘김 전 차관 사건과 관련해 국민적 의혹이 다 풀렸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조사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인적·물적 증거를 다 조사한 결과 범죄를 구성하지 못한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가 부실수사나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지적한 검찰 과거사 사건에 대한 사과 입장을 밝히는 자리였지만, 김 전 차관 사건을 두고 검찰의 후속 조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해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검찰청과 경찰청, 대통령국가기록관 3곳을 압수수색했지만 조그마한 단서도 찾지 못했고, 관련 공무원들을 다 불러 조사했지만 자기 자신과 관련한 (직권남용) 문제는 진술하지 않았다”며 “추측에 의한 의혹은 남아 있을 수 있지만 역사적 사실에 대한 부분은 다 조사했다”고 언급했다. 다만 “500권 상당 기록을 뒤져 관련 혐의를 찾아냈다”며 “1·2차 수사를 통해 밝히지 못한 점이 가장 부끄럽다”고 밝혔다.

 

문 총장은 “과거사위가 처음 김 전 차관 사건 수사권고를 했을 때 성폭력·뇌물·수사외압 등 세 분야로 나눠 다 수사해야겠다고 생각해 수사팀을 크게 꾸렸다”며 “성폭행 부분은 원래 사건 본류이기 때문에 기소해야 한다는 주의도 몇 번 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수사할수록 동영상 자체가 장애 요소가 됐다. 동영상 때문에 기소를 못 하게 되는 상황이었다”며 “동영상 없는 성폭행 부분은 당사자 진술이 필요한데 (확보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간첩조작 사건 수사도 사과

 

문 총장은 또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과 관련해서도 검찰이 관련 증거를 면밀히 살피지 않은 과오가 있었다며 사과했다.

 

그는 “이 사건은 실체 접근을 위해 검사가 증거를 면밀히 살피고, 증거의 연결성을 따져봤어야 했는데 그걸 하지 않은 크나큰 과오가 있다”며 “안타깝고 부끄럽게 생각하고, 형사책임 부분은 고소가 돼 수사에 착수했기 때문에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용산참사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 초기부터 기록을 공개했어야 하는 사건이었는데 기록공개가 법률상 제한돼 있어서 (공개하지 못했다)”라며 “사실 처음에 기록을 다 공개했으면 이렇게까지 의혹이 부풀려졌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문 총장은 용산참사 수사팀이 과거사위 발표 내용에 공개 반발한 데 대해선 “민주주의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검찰 수사 대상자도 별도 의견을 내고 기자회견을 한다.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게 민주주의고, 행위에 책임을 묻는 것도 민주주의”라며 “이 과정 전체가 민주주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 총장은 이 외에도 과거사위가 부실수사나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지적한 사건들과 관련해서는 "검찰이 본연의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사과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제도와 절차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안승진 기자 prode@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