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방해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이 진행된 25일 오후 서울동부지법에 노란 조끼를 입은 세월호 유가족 관계자 30여명이 재판장을 찾았다.
피고인 석에는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과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이병기 전 비서실장,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 윤학배 해수부 전 차관이 자리를 채웠다.
이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를 받았다.
이날 선고공판은 형사합의 12부(부장판사 민철기) 심리로 시작됐다.
재판부는 이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에게는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안 전 수석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김 전 장관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윤 전 차관에 대해서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전원 실형을 면했다.
판결이 내려지자 법정을 채웠던 세월호 유가족들은 울분을 토했다.
“어떻게 이런 판결을 낼 수 있느냐”는 외침을 시작으로 원성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는 게 현장 전언이다.
한 유가족은 “내 새끼 내놓으라”며 “이게 법이냐”고 법정 바닥에 주저 앉아 울음을 터뜨렸다고 전해졌다.
재판이 끝나고 유가족은 예정에 없던 긴급 브리핑을 열었다.
세월호 희생자 고(故) 김건우군의 아버지인 김광배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1심 판결과 관련, “정말 허탈하다”며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처벌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이냐”라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판결을 들으면서 줄곧 ‘죄는 있으되 본인이 책임을 안져도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누구에게 책임자들의 처벌을 부탁해야 되느냐”고 호소했다.
역시 희생자인 고 이재욱군의 어머니 홍영미씨는 “대한민국 법은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가”라며 “304명을 수장시킨 책임자들이 무죄 판결, 집행유예가 웬말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재판장님의 양심은 이렇게 밖에 판결을 내리지 못하느냐”며 ”제대로 판결해주는 재판장을 만나 다시 판결하도록 해달라”고 항소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는 2~3일 내로 공식 입장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세월호 특조위 활동 방해 사건에 대한 수사는 2017년 12월 해수부가 자체 감사를 통해 검찰에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해수부는 몇몇 공무원이 내부의 법적 검토를 무시하고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 기간을 축소했으며, ‘세월호 특조위 관련 현안대응 방안’이란 제목의 문건을 청와대와 협의해 작성한 사실 등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수석은 김 전 장관, 윤 전 차관과 함께 해수부 소속 실무자로 하여금 정부와 여당에 불리한 결정을 사전 차단할 수 있는 대응체계 구축을 지시하고, 특조위 파견 공무원들이 동향 파악을 해 보고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실장과 안 전 수석은 해수부 소속 실무자들이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조사 관련 안건 부결을 위한 기획안을 마련하고 실행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