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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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한국에 대한 일본의 6가지 오해

국력·국제구조 변화 맞게 양국 관계 새 균형점을

지난 3월 뉴스위크 일본어판은 한·일 갈등 문제를 2주 연속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일본인의 한국인식은 틀린 것투성이…한국 팩트 체크’라는 제목의 3월12일자 커버스토리는 우리도 참고할 부분이 적지 않다. ‘DO WE REALLY KNOW THEM? (우리는 정말 그들을 알고 있나)…한국 이해는 근거가 있는 것인가’라는 도발적 문제의식이 보여주듯 팩트를 가지고 한·일 관계를 설명한 것이 설득력 있다. 특히 질문 자체에서는 현재 한국에 대한 일본 대중의 인식 단면도 엿볼 수 있다.

이 기사는 6가지 그래프를 보여주며 일본인의 오해를 지적한다. 요약하자면 ①일본은 한국에 중요한 무역 상대다?(한국 무역에서 미·중·일 비율 그래프)=일본의 중요성은 일관되게 하락하고 있다. 냉전 이후 한국의 국제교류 범위 확대, 글로벌화로 인한 한국의 경제활동범위 확대로 일본의 지위 하락은 필연적이다. ②한국은 일본에 자동차부품을 의존한다?(자동차부품 무역 추이)=양적 변화뿐만 아니라 질적 변화도 중요하다. 양국 자동차부품무역에서 일본은 적자로 전락했다. 한국이 일본에 수직적,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관계는 과거이고, 대등하고 수평적 관계다. ③한국 경제는 취약하다?(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 추이)=1982년 이래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일본보다 낮았던 적은 1998년 한번뿐이다. 1998년 이래 한국은 경상수지에서 일관되게 흑자기조고, 2012년 이래 GDP(국내총생산) 대비 흑자폭은 일본을 웃돈다.

김청중 도쿄 특파원

④문재인정부는 반일(反日)로 지지율을 높인다?(강제징용 판결 전후 지지율)=노무현·이명박정부에서 한국 여론은 한·일 관계에 영향을 받았지만 박근혜정부 때부터 다르다. 대법 판결이나 위안부 합의 신방침 발표 전후 문 대통령 지지율도 큰 변화가 없다. 최근 한·일 관계와 관련해 발생한 일 정도로는 대통령, 여당 지지율에 영향이 나타나지 않는다. ⑤보수정권이 되면 반일은 끝난다?(일본에 대해 ‘보다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사람의 비율)=레이더 조사(照射·일본 초계기의 근접비행사건에 대한 일본식 표현)와 관련해 일본에 보다 강경 자세를 요구하는 비율은 진보 여당 지지층보다 보수 야당 지지층에서 더 높다. ⑥한국군은 별로 강하지 않다?(한·일·독일의 군사비)=대일 인식이 급속히 변화하는 한국군의 군사비는 세계 10위로 일본의 90%에 도달했다.

기무라 간(木村幹) 고베(神戶)대 교수의 이 글은 덩치가 커진 한국과 잘 지내자고 쓴 게 아니다. “일본이 해야 할 것은 안이한 기대감을 갖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한국’과 그대로 대치(對峙)하는 것”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최근 게이오(慶應)대 강연에서 이런 상황을 뉴노멀(New Normal)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한·일 대립 국면이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상(正常)’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이다. 관계 개선을 주문하는 한국 국내의 호들갑스러운 목소리가 얼마나 무망(無望)한 것인가.

수요와 공급에 변화가 있으면 새로운 시장 가격이 형성되듯이 관계도 그렇다. 오사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때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이 무산됐다고 시끄럽다. 아베 총리의 한국 경시(輕視)에서 비롯된 현 상황에 어설픈 훈수를 둘 때가 아니다. 국력과 국제 구조의 변화에 맞게 양국 관계가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 것을 조용히 기다리는 묵직함이 필요하다.

 

김청중 도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