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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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버스 ‘에어컨 신경전’… 당국, 에티켓 배포하길

지난 주말이었다. 조조할인 영화를 보기 위해 시내버스를 탔다. 이른 아침이라 바깥은 서늘했지만 버스 안은 에어컨이 가동돼 추울 지경이었다. 좌석 위 에어컨을 껐지만 냉기는 여전했다. 마침 겉옷을 준비해서 다행이었다. 귀갓길은 일찍 찾아온 무더위가 한여름에 가까워 버스 에어컨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시내버스를 자주 이용하다보니 벌써부터 ‘에어컨 신경전’을 볼 수 있다. 갓난아기를 안고 탑승한 젊은 엄마가 연신 “아기가 감기 걸린다”며 에어컨 스위치를 끈 뒤 창문까지 열었다. 중년 아주머니도 기다렸다는 듯 합세했다. 이를 지켜보던 어르신 한 분은 연신 투덜대며 “아기 포대기를 갖고 타든지. 기사 양반, 에어컨 바람이 왜 이렇게 약해요”라며 고함을 질렀다.

여름철에 버스, 지하철은 누군가는 너무 덥고, 누군가는 또 너무 춥다. 입고 벗기 편한 겉옷을 미리 준비하자. 한낮에는 좌석 위 에어컨은 스위치를 잠그지 말고 방향만 돌리자. 창문을 열면 공기 순환도 되니 조금 참자. 버스의 에어컨 원리는 온도를 감지해 적정 수준의 온도를 유지하도록 하는 센서 기능이 없다고 한다.

관계 당국은 ‘시내버스 에어컨 에티켓’을 만들어 승강장과 시내버스 내부에 부착, 홍보해 기사는 안전운행에 전념하고, 승객들은 서로 얼굴 붉히는 일이 없도록 하면 어떨까 싶다.

노청한·서울 은평구 응암로34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