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발렌시아가 이제 막 2군에서 1군으로 올라온 18세의 유망주 이강인과 정식계약을 체결하면서 8000만유로(1052억원)의 바이아웃을 설정해 화제를 모았다. 바이아웃이란 선수 계약 시 미래의 이적에 대비해 미리 약정해 놓는 이적료로, 이를 지불할 경우 원소속팀의 동의 없이 자유롭게 선수를 데려올 수 있다. 유럽 빅클럽 등은 주요 선수에게 경쟁 팀들이 엄두도 낼 수 없는 엄청난 액수의 바이아웃 금액을 책정해 선수의 이탈을 막고, 이 선수가 팀에 얼마나 중요한 선수인지를 보여주곤 한다. 당시 이강인의 바이아웃 액수도 발렌시아가 그에게 얼마나 큰 기대를 안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금액일 뿐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이강인이 다음 시즌 성인무대에서 또 한번 자신의 가능성을 입증한다면 바이아웃이 실제 몸값이 될 수도 있다. 10대 유망주에게 1000억원 가까운 몸값이 매겨지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이 엄청난 액수 이적의 주인공은 포르투갈 리그의 벤피카 소속 주앙 펠릭스다. 벤피카는 27일 주앙 펠릭스를 스페인 라 리가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이적시킨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적료는 1억2600만유로(약 1656억원)로 축구 역사상 4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주앙 펠릭스는 올 시즌 포르투갈 리그와 유로파리그 등에서 도합 20골을 득점하며 ‘제2의 호날두’로 각광받고 있는 포르투갈의 신성이다. 그러나 1999년 11월생으로 아직 만으로 20세도 되지 않은 데다가 불과 1년 전만 해도 2부리그에서 뛰던 ‘신출내기’인 그가 1500억원이 넘는 몸값의 ‘귀한 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이런 대형 이적은 주앙 펠릭스의 가능성과 함께 최근 유럽시장에 극심한 몸값 인플레이션이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펠릭스뿐 아니라 유벤투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바르셀로나 등과의 이적설이 뜨거운 네덜란드 리그의 만 19세 수비수 마타이스 데 리흐트도 1000억원 가까운 이적료를 기록할 것이 기정사실화되는 중이다. 이는 지난해 1월 리버풀이 피르힐 반 데이크(28)를 데려올 때 기록한 역대 수비수 이적료 최고액인 1125억원에서 100억여원밖에 모자라지 않은 액수다.
이미 유럽축구는 지난 2017년 네이마르(27)의 이적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이적료 인플레이션 시대가 도래해 있다. 당시 네이마르는 2억2200만유로(약 2918억원)에 바르셀로나에서 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해 축구팬들에게 충격을 줬다. 이후 아직 가능성을 100% 꽃피우지 못한 유망주들에게까지 엄청난 액수의 ‘베팅’이 이어지며 유럽축구 시장의 머니게임은 끝없이 뜨거워지는 중이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