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몰카’라고 불리는 불법촬영 범죄가 잇따르는 가운데, 경찰·의사 등 높은 사회적 책무가 요구되는 직업군에서도 범법자들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등 불법촬영 범죄에 대한 낮은 문제의식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촬영을 확실히 예방하기 위해 처벌 수위를 높이는 한편,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엄정한 조사와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3월 불법촬영 범죄자를 붙잡아야 하는 경기 구리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소속 A경장이 지하철에서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체포됐다. 당시 경찰이 A경장의 휴대폰을 디지털 포렌식 검사한 결과, 지하철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찍힌 불법촬영물이 다수 발견돼 논란이 됐다. 이에 앞서 지난 1월에는 술에 취한 인천경찰청 소속 경찰관이 상가 건물 여자화장실로 들어가 휴대폰으로 여성의 신체를 몰래 찍다 현행범 체포되기도 했다.
경찰 실습생과 경찰대생 등 ‘예비 경찰’도 불법촬영을 하다 걸려 홍역을 치렀다. 지난 4월 서울 혜화경찰서 소속 경찰 실습생이 서울역 에스컬레이터에서 앞서가는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해당 실습생의 휴대폰에는 13건의 불법 촬영물이 추가로 저장돼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10일 서울 중구의 한 술집 화장실에 불법촬영용 카메라를 설치해 여성의 신체를 촬영한 혐의로 경찰대생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의사가 진료 중 여성 환자의 신체를 촬영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해 11월 서울 양천구의 한 산부인과 원장 B씨는 디지털카메라로 환자의 신체를 몰래 찍다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환자에게 걸려 덜미를 잡혔다. 지난 4월에는 울산의 한 대형병원 전공의가 간호사들이 옷을 갈아입는 모습 등을 촬영하기 위해 간호사 휴게실로 사용되던 탕비실에 소형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가 경찰에 붙잡힌 바 있다.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불법촬영 및 유포 범죄는 2017년 현재 6470건에 육박한다. 2400건이었던 2012년에 비해서는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대검찰청 범죄통계에서도 전체 성폭력 범죄 중 ‘카메라 등 이용촬영’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8년 3.6%에서 2017년 20.2%로 가장 급격한 증가세를 보인 상황이다. 프로파일러인 배상훈 전 서울경찰청 범죄심리분석관은 “불법촬영 범죄라는 것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것 없이 누구나 저지를 수 있다”며 “성 모럴이라는 것은 지위와 상관없다”고 성범죄에 대해 설명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사회적 위치가 높을수록 (자신의) 위치에 대한 책임성이나 시민의식이 더 발달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라며 “(이들에게) 더 많은 처벌까지는 아니지만, 경각심을 주기 위해 보다 정확한 조사와 예외 없는 엄격한 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법촬영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김 부소장은 “(불법촬영으로) 벌금형을 받은 직후에 다시 불법촬영을 하거나, 촬영물을 유포하는 경우도 많다”며 “불법촬영 범죄의 심각성을 고려해 예방 효과가 있는 방식으로 형사적인 결정도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