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 변화로 증가하는 염증성 장질환
염증성 장질환은 장내 세균을 포함한 인체 외부의 자극에 대해 몸이 과도한 면역반응을 보이면서 만성 염증이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이다.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이 대표적이다.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은 질병이 발생하는 기제와 치료 과정은 비슷하지만 염증 발생 부위와 임상양상에서 차이가 난다. 크론병은 식도, 위, 소장, 대장, 항문까지 전 소화기관에 다발적으로, 궤양성 대장염은 직장부터 안쪽 대장까지 염증이 나타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에 드물었지만 최근 10년간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에서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크론병 환자 수는 2만2408명에 이른다. 이는 2010년 1만2234명에 비해 83% 늘어난 수치다. 궤양성 대장염 환자 수 또한 2010년 2만8162명에서 55% 증가한 4만3859명을 기록했다. 이 중 10∼40대의 비율이 각각 68%, 52%에 달한다.
복통과 설사, 전신 나른함, 혈변은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궤양성 대장염의 경우 잔변감, 대변절박감이, 국내 크론병 환자에서는 항문 치루가 흔하게 나타난다.
두 질환 모두 초기에는 장염과 증상이 유사해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염증이 심해지면 크론병은 장천공·협착과 복강 농양으로,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창균 경희대병원 염증성장질환센터 교수는 “일부 환자는 증상이 나타나도 과민성장증후군으로 자가진단해 치료를 받지 않다가 합병증으로 장이 터져 병원 수술 과정에서 크론병으로 진단을 받기도 한다”며 “젊은 사람들의 경우 대장내시경을 50대 이후 필요한 대장암 검진으로 생각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 혈변이나 4주 이상 만성설사가 지속된다면 반드시 전문의 진료를 받고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금연은 필수… 패스트푸드, 마가린, 고지방 식품 피해야
염증성 장질환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학계에서는 유전과 환경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크론병 환자의 약 25%는 크론병이나 궤양성 결장염 등 관련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궤양성 대장염 환자의 1.6~2.0%는 궤양성 대장염의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서구에 비해서는 낮은 비율이지만 궤양성 대장염 환자의 가족에서 궤양성 대장염 발병 위험도는 일반인에 비해 14.2배로 서구와 비슷한 수준을 보인다.
염증성 장질환 진단은 대변 내 세균배양검사, 대장과 위장내시경 검사, 소장조영술과 대장바륨조영방사선 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초음파검사, 캡슐내시경과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을 통해 다른 질병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확실한 진단 지표가 없어서 진단이 지연되는 경우도 많다.
염증성 장질환은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완화되지만 이후 또다시 재발과 악화를 반복하는 난치성 질병이다. 최근에는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 등 전통적인 항염증 약물을 통한 증상호전 위주의 치료 외에 예후가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환자에게 염증매개물질인 사이토카인 억제제 등 항TNF제제를 조기에 투여해 질병 경과를 호전시키는 치료전략이 도입됐다. 약물 치료 외에 장 절제수술도 있지만, 수술 후 대부분의 환자에게서 병이 재발하는 한계가 있다.
이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을 당뇨나 고혈압처럼 생활습관을 고치고 약물 섭취를 꾸준히 이어가며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환자들에게 꼭 금연할 것을 권한다.
이 교수는 “흡연은 크론병 재발의 가장 큰 위험인자”라며 “탄산음료, 당 섭취, 붉은 육류 섭취 등도 위험도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과일 및 채소, 비타민 정기 섭취 등은 염증성 장질환의 악화를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도시에서 생활한 집단에서 염증성 장질환의 비율이 높았고 반려동물이나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집단에서 비율이 낮다는 연구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