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있는 동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것을 본다면 나는 DMZ(비무장지대)에서 그를 만나 악수하고 인사(say Hello)를 할 수 있을 것.”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중 이 같은 트윗을 남겼다. 마치 장난 같았던 이날 트윗은 사실상 북미정상회담이라고 평가되는 ‘6·30 판문점 회동’의 신호탄이 됐다. 트럼프 특유의 쇼맨십과 북미 실무진들의 신속한 협상, 문재인 대통령의 가교역할 등이 맞물려 베트남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교착돼 온 북미관계가 돌파구를 찾았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북미정상회담 성사가 사전에 계획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따라 둘 사이 만남을 염두해 뒀고 전체적인 흐름을 조율했다는 것이다.
◆ 트위터 메시지로부터 ‘깜짝’ 시작된 북미 판문점 회담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오전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시사하는 트위터 메시지를 올린 1시간쯤 뒤 외신을 통해 “오늘 아침 생각한 것”이라며 “당신도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속을 떠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그가 만약 거기 온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2분 동안 만나는 게 전부겠지만 그래도 좋을 것”이라고 만남의사를 거듭 내비쳤다. G20 정상회의 전 “방한 기간 동안 김 위원장과 만날 계획이 없다”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갑작스레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G20 정상회의 중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 다가와 “내 트윗 보셨습니까”라고 김 위원장과 만남의사를 알렸고 문 대통령은 “봤다”고 답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제안에 답장은 5시간 만에 도착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분단의 선에서 조·미 수뇌 상봉이 성사된다면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조선중앙통신에 담화를 낸 것이다. 다만 “이와 관련한 공식 제기를 받지 못했다”고 말해 이때까지도 북미 정상간 만남이 성사될지에 대한 각종 관측이 쏟아졌다.
만남 가능성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서울에 온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보좌관 등이 29일 오후 청와대 만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커졌다. 외신들은 비건 대표가 그 시각 판문점에서 북측인사와 만나 판문점 회담을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 부상이 언급한 ‘공식 제기’가 이때쯤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후 북미간 의전, 경호 등 세부 일정 조율이 밤새 이뤄졌고 미국은 북측으로부터 30일 새벽 정상간 만남에 대한 공식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이날 오전 “오랫동안 계획한 DMZ에 간다”고 트윗을 남겨 양측의 만남을 공식화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아침에 (만남) 의향을 표시한 걸 보고 깜짝 놀랐고 정식으로 만날 것을 제안하신 사실을 오후 2시에 알게 됐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급작스럽게 통지했을 때 김 위원장이 안 왔다면 제가 좀 민망했을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 판문점 회동 “사전계획된 것” vs “전혀 준비 안됐다”
북미정상간 만남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사전 조율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노이 회담 결렬이후 북미정상의 대화를 거듭 강조한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전체적인 흐름에 있어서 이런 것들을 기획하고 연출하는 역할을 했다고 저는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실제 한미정상회담 직후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이번 주역은 북미 두 정상의 것’이라고 예고한 것에서 이미 예고했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앞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도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 제안이 오르자 “사전에 기획된 작품으로 보인다”며 “남북미 정상이 통일각에서 평화의 집을 오가는 세기적 이벤트를 연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은 1일 TBS 라디오에 출연해 “(사전계획이)아예 없었다고 보는 게 맞다”며 “(사전협의되지 않아)경호원 동선과 카메라 동선이 너무 엉켜있었다. 현장 기자들과 동선 합의가 전혀 안 됐다는 뜻”이라고 사전기획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딱 한 장면, 김정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처음 만난 장면과 판문각 앞까지 걸어갔다가 다시 오는 것만 협의가 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서 북쪽 땅을 처음 밟으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고, 김 위원장에게도 전달됐을 것이다. 그래서 그 장면을 건진 것”이라고 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