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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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수만명 거리로… 입법회 첫 적색경보

홍콩 반환 22주년 격렬 시위 / 검은 옷 시위대 입법회 청사 난입 / 건물 유리창 깨고 경찰과 몸싸움 / 곤봉·최루탄 진압… 부상자 속출 / 英 “일국양제 유지하라” 中 압박

홍콩 주권 중국 반환 22주년인 1일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철회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수만 명이 참여한 도심 행진은 비교적 평화롭게 진행됐으나 일부 과격 시위대가 경찰과 격렬히 대립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검은 옷을 입은 1000여명의 시위대는 이날 오전부터 우산을 들고 나와 애드미럴티의 입법회 건물 인근 도로를 점거한 채 시위를 벌였다. 이 가운데 일부는 경찰 저지선을 뚫고 금속 봉 등으로 건물 유리를 깨면서 입법회 진입을 시도해 경찰관들과 치열한 몸싸움이 일었다. 입법회 여러 곳에 구멍을 낸 시위대 일부는 건물 안까지 들어갔다. 이들은 야외에 게양된 중국 오성홍기를 내리고 검은색 홍콩 국기를 대신 걸기도 했다.

홍콩 주권 반환 22주년인 1일(현지시간) 홍콩 시내에서 우산을 든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콩 정부청사와 바로 붙어 있는 입법회 건물이 시위대에 점거돼 시설 일부가 파괴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입법회는 사상 최초로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앤드루 렁 입법회 의장은 대변인을 통해 성명을 내고 “시위대가 극단적 폭력을 쓰고 입법회에 몰려들어 청사가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된 것은 매우 슬프고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폭력 행위를 규탄했다.

이날 홍콩 주권 반환 기념행사가 열린 컨벤션센터 인근에서도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일부 시위대가 행사장 인근으로 행진을 시도하자 경찰은 곤봉을 휘두르고 최루탄을 쏘며 저지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시위대가 경찰에 연행되고 부상자가 구급차에 실려 가기도 했다. 시위대가 발사한 정체불명의 액체를 맞은 13명의 경찰도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SCMP는 경찰 관계자를 인용해 “화학 세척제로 추정되는 액체”라고 보도했다.

송환법 반대 시위가 경찰과의 격렬한 충돌로 번진 것은 81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던 지난달 12일 시위 이후 처음이며, 공공기관에 대한 직접적 공격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후 들어 도심에서 시작된 본집회는 수만명의 참여 속에 미리 신고된 행진 구간을 걸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정치적 요구를 분출하면서도 폭력 시위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시민들에게 다시 한 번 몸을 낮췄다. 람 장관은 주권 반환 기념식에서 “최근 발생한 사건으로 대중과 정부가 갈등을 빚었다”며 “더 개방적이고 수용하는 자세를 갖겠다”고 말했다. 기념식은 경찰 경비를 대폭 강화한 채 처음으로 실내에서 열렸다.

영국 외무부는 30일(현지시간) 제러미 헌트 장관 명의의 성명을 통해 “우리는 홍콩의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하겠다”며 “일국양제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홍콩이 중국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