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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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잠자고 있는 ‘사법농단’ 재발방지 법안들

입력 : 2019-07-02 07:16:28
수정 : 2019-07-02 07: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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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의혹 사태를 둘러싼 재판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재발방지를 위한 사법행정 개혁안들이 국회에서 계류된 채 제대로 논의조차 못 이뤄지고 있다.

 

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에 계류된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행정 개혁과 관련된 개정안들은 총 50개다. 여기에는 법원행정처 폐지와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 폐지, 법관 퇴직 후 일정기간 내 청와대 이동 금지 등 법원이 강조한 개정안도 포함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법농단’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행정처의 계획도 제동이 걸렸다. 우선 행정처를 폐지하고 외부인사 4명 등 11명으로 구성된 사법행정회의를 신설하겠다는 계획도 차질이 벌어졌다. 법원조직법에 근거를 둔 행정처 폐지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사법행정회의는 설치될 수 없다. 또 대법원은 지난해 2월 정기인사부터 사법연수원 25기 이하에 대해 고등법원 부장판사 신규 보임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를 폐지하도록 한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고법에서 재판장을 맡길 판사들은 ‘직무대리’ 형태로 인사를 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법관이 퇴직 후 일정 기간 내 청와대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한 개정안들도 몇 년째 계류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개정안이 일찍 통과됐다면 최근 김영식 전 인천지법 부장판사의 청와대 법무비서관 임용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에 김명수 대법원장도 국회에서 사법행정 개혁안들에 대한 논의를 서둘러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4월 ‘법의 날’ 기념식에서 “국회가 좋은 재판을 위한 사법제도의 실행을 위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해주고, 국민 여러분도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외부인사가 포함된 수평적 합의제 의사결정기구인 ‘사법행정회의’를 신설하고, 법원행정처를 집행기관인 ‘법원사무처’로 개편하며, 법관 관료화의 우려가 있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제도를 폐지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법률개정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법안은 사법부의 독립을 더욱 튼튼히 하고 사법의 관료화를 방지함으로써 사법부가 ‘좋은 재판’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