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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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회담 이후 달라진 美… 대북 지원·남북 경협·연락사무소 검토

NYT "트럼프 단계적 접근 방식 수용에 열려있어"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 앞에서 대화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 연합뉴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판문점 회동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이달 중순께 시작될 북·미 실무협상에서 새로운 대북 제안을 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미 정부 관리들이 북한으로 들어가는 좀 더 강력한 인도적 지원을 허용하거나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평화 프로세스에 따른 제한된 남북 경협 허용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또 “미국과 북한이 상대국 수도에 이익 대표부(interests offices)를 교환 개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전날에는 트럼프 정부가 북한의 완전한 ‘핵 동결’을 골자로 한 새로운 비핵화 협상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이날 ‘북·미 협상은 양보 없이 진척될 수 없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 측의 새로운 협상안 제시 필요성을 제기했다. WSJ는 “이달 중 시작될 북·미 실무협상에서 양측이 모두 지난 싱가포르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던 유연성을 선보여야 할 것이라고 전직 정부 관리들이 지적했다”고 전했다. WSJ는 “미국 정부 관리들이 정부의 입장을 완화하지 않았다고 말했고, 이는 곧 북핵 동결을 로드맵의 윤곽과 비핵화 정의에 관한 합의가 담긴 보다 광범위한 패키지의 일부로만 받아들이겠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 VIP실에서 만나 밝은 표정으로 대화하는 북미 정상의 모습. 연합뉴스

뉴욕 타임스는 판문점 회동 이후 미국 정부 내에서 대북 접근책을 놓고 분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 신문의 ‘북핵 동결안’ 검토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NYT는 그러나 “일부 정부 고위 관리들이 단계적 접근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그것은 북한이 우선 핵 시설을 폐쇄함으로써 핵물질의 추가 생산을 차단하고, 핵 프로그램을 실질적으로 동결하되 기존의 핵무기를 그대로 보유하는 방안”이라고 전했다. NYT는 “미국이 그 대가로 무거운 제재를 받는 북한 주민의 삶이 나아질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북·미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2020년 대선전에 나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 내세운 협상가의 이미지가 빛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단계적 접근 방식을 수용하는데 열려 있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경계선에서 시간을 보냈을 때와 한국 지도자들과의 면담 이후에 전면적인 비핵화에 관해 공개적으로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발언과 비무장지대(DMZ) 방문 및 북한 땅을 밟기 위해 낮은 콘크리트 장벽을 건넌 월경은 그의 최고 강경파 보좌진의 영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또 다른 신호”라며 “볼턴 보좌관은 북한과의 회담장에 참석하지 못했고, 몽골을 방문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볼턴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대통령에게 그랜드 딜이 아니면 수용하지 말라고 종용해왔으나 폼페이오 장관은 이제 단계적 접근 방식을 수용하는데 열려 있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동을 마친 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소감을 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볼턴 보좌관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호기심을 가지고 NYT 기사를 읽었다”면서 “국가안보회의(NSA) 관계자나 나 자신 중 그 누구도 북한의 핵 동결 의향에 대해 논의하거나 들어본 적도 없다”고 밝혔다. 볼턴은 “이것은 누군가가 대통령을 꼼짝 못 하게 하려는 비난할 만한 시도이고, 이에 따른 결과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완전한 추측이고, 현재 어떠한 새로운 제안도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국무부 대변인실도 “어떠한 새로운 제안도 준비하지 않고 있고, 미국의 북핵 협상 목표는 여전히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라고 강조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