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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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진용 짠 통전부, 조연 머문 통일부

北장금철·리현 대남업무 주역 부상 / 판문점 만남 계기 본격 행보 관측 / 대북 주무부처 통일부 장관 안 보여 / “남북문제 초월… 전면 안나서” 해명

6·30 판문점 남·북·미 정상 만남에서 한국의 외교·안보 진용 중 통일부의 모습이 실종돼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다는 지적이 따른다. 이번 회동은 북한의 대미·대남 업무 실세들이 총출동해 차기 북·미 회담과 남북관계 개선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남북관계 업무를 담당하는 한 여권 관계자는 2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통일에 대비하려면 주무 부처인 통일부가 관련된 모든 사안에 빠지면 안 되는데, 아무리 북·미가 주인공이더라도 장차관이 모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업무에 뒤처진 것처럼 보였다”며 “관련 업무에서는 청취하고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미 회동에 북한은 외무성과 통일전선부 주요 관계자들이 대거 자리했지만 정작 통일부 고위관계자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이다.

 

회동 당일 청와대에서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외교부에서는 조세영 1차관이 판문점에 자리했다. 판문점 만남에 앞서 이뤄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비무장지대(DMZ) 일정에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이 수행했다. 하지만 대북 주무부처인 통일부 장차관은 어디에도 없었다.

 

통일부는 판문점 회동이 남북한 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판문점 회동은) 남북 간 회담 의제를 갖고 간 게 아니라 남·북·미 정상 간의 만남이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 성격을 달리하는 것 같다”며 “대화 장소인 자유의 집이 통일부 소관이기 때문에 실무 인원들은 나가서 여러 가지 실무적인 일을 도왔다”고 말했다.

한편 통전부의 장금철 부장과 리현 실장이 대남 업무의 주역으로 떠오른다. 장 부장이 이번에 얼굴을 드러낸 만큼 향후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리 실장은 오랫동안 대남 업무를 맡으며 방남 경험도 많아 북한의 새로운 ‘남한통’으로 주목된다. 지난달 이희호 여사 별세 당시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과 함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조의문과 조화를 남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아울러 최근 강경 담화를 냈던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의 모습도 이번에 판문점에서 포착된 것으로 알려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리용호 외무상-최선희 제1부상-권정근 국장’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라인업이 앞으로 대미 협상의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조병욱·최형창 기자 bright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