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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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펄 끓는다…지구촌 곳곳 폭염 강타

'50도 육박' 인도서 열사병으로 100여명 사망…최북단 알래스카도 30도
프랑스 남동부 45.9도…유럽 6월 평균기온, 관측사상 최고치

 

이번 여름,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훨씬 웃도는 극한의 고온 날씨가 지구촌 곳곳을 강타하고 있다.

이미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 유럽에서는 지난달 말 40도를 넘는 '이른 폭염'으로 6월 평균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북극해와 맞닿은 알래스카마저 이번 주말 30도가 넘는 기록적 고온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에서는 100여명이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등 곳곳에서 폭염 피해도 벌써 속출하고 있다.

◇ 알래스카도 30도 넘어 역대 최고치 눈앞

북아메리카 최북단 북서쪽 끝에 위치한 미국 알래스카주에서도 수일 내 30도가 넘는 기록적 고온이 예상된다.

미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알래스카주에는 이날부터 8일까지 5일간 화씨 87도(섭씨 약 30.5도)가 넘는 이례적인 고온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NBC방송이 보도했다.

NWS는 "이 기간 매일 기온이 최고 기록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며 앵커리지 국제공항을 기준으로 1969년 6월 14일 관측된 종전 최고기록인 화씨 85도(섭씨 약 29.4도)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래스카 페어뱅크스대학의 기후 연구원인 브라이언 브렛슈나이더도 NBC방송에 "향후 3일에서 5일 동안 앵커리지의 종전 최고기온이 경신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알래스카주의 주택들은 대부분 여름보다 겨울 날씨를 더 잘 견디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이처럼 기록적 고온의 '여름 나기'가 더 힘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브렛슈나이더는 "알래스카는 여름 주(州)가 아니라 겨울 주여서 주택들도 온기를 집 내부에 잘 유지하도록 지어졌다"며 "게다가 에어컨도 없기 때문에 밤 시간에 열기를 식히는 것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알래스카 앵커리지 시민들[AP=연합뉴스 자료사진]

 

◇ 인도, 폭염으로 100명 이상 사망…델리 기온 48도로 역대 최고

이처럼 이른 폭염으로 인한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지난달 폭염이 인도 북부와 중부, 서부를 강타해 100명 이상이 열사병으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하르주에서는 지난달 15∼16일 이틀 동안 70명 이상이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지난달 델리에서는 최고기온이 48도로 6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라자스탄의 사막도시 추루는 최고 50.6도까지 기온이 치솟았다.

마하라슈트라, 마디아프라데시, 펀자브, 하리아나, 우타르프라데시주의 주요 도시 기온도 45도 이상을 기록했다고 CNN이 전했다.

인도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도 남부 도시를 중심으로 4천여개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지는 등 '폭염 경보'가 발령됐으며, 스페인에서는 무더위와 강한 바람 속에 산불까지 발생해 서울 여의도 면적의 5.5배에 달하는 1천600ha의 산림이 소실됐다.

◇ 유럽대륙의 6월, 관측 사상 가장 더웠다

최근 이례적으로 일찍 찾아온 '찜통더위'로 몸살을 앓은 유럽의 지난달 평균기온은 역대 6월 기온으로는 가장 높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알래스카 앵커리지 시민들[AP=연합뉴스 자료사진]

 

유럽연합(EU)의 지구 관측 프로그램인 '코페르니쿠스'에 따르면 지난달 유럽대륙의 평균기온은 6월 기준 역대 최고였던 1999년 기록을 1도가량 웃돌았다.

실제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에는 최근 40도에 육박하거나 그 이상인 기록적 고온 현상이 수일간 지속됐다.

프랑스 남동부의 갈라르그 그 몽퇴의 경우 지난달 28일 수은주가 기상 관측 사상 최고인 45.9도를 기록했고, 폴란드 국경과 가까운 독일 코셴 지역도 지난달 29일 기온(38.6도)이 독일의 6월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웠다.

코페르니쿠스는 유럽대륙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지난달 평균기온이 역대 최고(6월 기준)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 기후변화로 극한 날씨 현상 가속화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같은 극단적 고온 현상이 갈수록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유럽을 강타한 이번 폭염도 일차적으로는 북아프리카의 뜨거운 공기가 북상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되지만,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를 근본 원인으로 지목했다.

프랑스국립과학원(CNRS) 선임과학자인 로베르 보타르는 "기후변화에 대한 조치가 조속히 실행되지 않는다면 금세기 말에는 수은주가 50도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며 "이번에 프랑스에서 수립된 45.9도라는 최고 기록은 이를 뒷받침하는 하나의 신호"라고 말했다.

알래스카주의 고온 현상 역시 주 상공을 덮고 있는 고기압에 의한 '열돔'(뜨거운 공기가 지면에 갇히는 현상) 때문이지만 역시 기후변화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후학자인 릭 토먼은 "기후변화가 원인은 아니지만 영향을 주는 요인은 된다"며 "고기압, 해수면 온도 상승 등 다른 요인들과 합쳐져서 이러한 극단적이고 전례 없는 날씨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