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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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영애에 12년 만에 사과한 이영돈 PD "문상 가고 싶었지만…"

 

‘소비자고발’, ‘먹거리 X파일’ 등 탐사보도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이영돈 PD(사진)가 과거 황토팩 안전성 문제를 놓고 대립한 배우 고(故) 김영애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이 PD는 지난 11일 중구 태평로 인근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5년 전 방송을 하다 실수해서 일생일대의 큰일을 맞았다”며 “2007년 (KBS 시사고발프로그램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을 통해) 김영애가 사업한 황토팩에서 쇳가루가 검출됐다는 보도를 했던 일”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보도 이후 소송이 5년간 이어졌는데 고인이 받았던 고통을 느끼며 오랫동안 사과하고 싶었다”며 “나 역시 오랜 기간 괴로웠는데 사과할 시점을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해당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지만 2012년 대법원은 이 PD가 진실로 믿을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었고 보도 목적도 공익을 위한 것이라며 이 PD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이 PD가 승소했다.

 

그러나 김영애가 2017년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과거 황토팩 소송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은 일이 재조명되면서 이 PD는 여론의 거센 뭇매를 맞았다.

 

이 PD는 “김영애 사망 당시 ‘너 문상 안 가냐’라는 댓글들도 봤다. 저도 가고 싶었지만, 용기가 안 났다”며 “그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언젠가는 사과해야 하는데 생각했는데 이렇게 늦어졌다”고 전했다.

 

이어 “늦은 걸 알지만 김영애에게 사과하고 싶다. 하늘에서 편히 쉬시길 바란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사과하면 편해질까 했지만, 역시 아니다”라며 “내가 평생 지고 가야 할 짐이다. 김영애는 꿈에도 한 번씩 나온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 PD는 다시 태어나면 탐사보도 또는 고발 프로그램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그 사례로 직접 연출하지 않았던 대만카스테라 콘텐츠나, 방송 중 실수가 있었던 그릭요거트 등을 거론했다.

 

끝으로 그는 “‘그것이 알고 싶다’, ‘추적 60분’, ‘소비자고발’, ‘먹거리 X파일’ 등을 하면서 가장 괴로웠던 건 일반화의 오류였다”며 “한 곳을 고발하면 동종업계 식당들이 전체적으로 피해를 볼 때 그랬다. 잘못한 사람과 잘못을 분리하는 게 어려웠던 문제로도 매번 괴로웠다”고 심경을 전했다.

배우 고(故) 김영애. 김경호 기자

 

한편 김영애는 2002년 ㈜참토원의 부회장을 맡아 황토팩 사업으로 1700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렸다. 사업 파트너로 만났던 박장용 참토원 회장과는 2003년 결혼했다.

 

법적 공방이 이어지는 동안 김영애는 사업 파트너이자 반려자였던 박 회장과 협의 이혼했다.

 

고인은 SBS ‘좋은아침’에 출연해 당시를 회상하며 “굵은 쇠줄로 내 목을 옥죄는 것 같았다”며 “이런저런 것들이 너무 나를 압박해 우울증으로 1년을 앓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김영애는 췌장암 진단을 받고 9시간에 걸친 대수술과 치료 끝에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2015년 10월 췌장암 재발로 투병생활을 이어가다 지난 2017년 4월 끝내 숨을 거뒀다.

 

소봄이 온라인 뉴스 기자 sby@segye.com

사진=JTBC, KBS1TV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 SBS ‘좋은아침’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