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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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배후 ‘보이지 않는 손’…“독립성 보장해야”

입력 : 2019-07-12 14:30:58
수정 : 2019-07-12 14: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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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심의의 생명인 자율성 및 독립성 훼손에 대한 문제 제기는 1988년 최저임금제도를 시행한 이래 끊이지 않았다. 지금껏 33차례 최저임금 결정 중 표결 없이 노·사·공익위원이 합의로 결정한 사례는 7번에 불과하다.

내년 최저임금(8590원) 인상률은 2.87%로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수치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 2.7%,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2.75% 다음이다. 현 경제 상황을 사실상 ‘위기’로 진단한 최저임금위원회의 의중이 반영됐다.

 

‘낮은 인상률’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심의에서도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트를 쥐었다. 12일 최저임금위 재적위원 27명 중 과반인 15명이 노동계 8880원(+6.3%) 대신 경영계 8590원(+2.87%) 제시안에 표를 던졌다. 재적위원 27명이 노·사·공익위원 각 9명으로 구성된 점을 고려하면 공익위원 9명 중 6명이 경영계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공익위원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위촉한다. 지난 5월초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2주년 대담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폭에 관한 질문에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긴 어렵다”면서도 “분명한 것은 공약이 ‘2020년까지 1만원’이었다고 해서 무조건 그 속도대로 인상돼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선 ‘속도조절론’을 외치는 목소리가 우후죽순 터져나왔다.

 

이번 심의는 시작 전부터 순탄치 않았다. 앞서 고용부는 정부 측 인사인 공익위원이 사실상의 최저임금 결정권을 가지는 현 구조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지난 2월 최저임금위를 전문가가 참여하는 구간설정위원회와 노·사·공익위원이 참여하는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기존 최저임금위 활동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받아들인 기존 최저임금위의 류장수 위원장 및 공익위원 8명은 이후 사상 첫 ‘집단 사퇴’ 카드를 꺼내들었다. 노동계 일각에선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이 지연되자 정부가 내년도 심의의 새 판을 짜기 어려워지자 공익위원을 물갈이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매년 3월말 활동을 시작해야 하는 최저임금위는 새 진용을 꾸리느라 두 달 뒤에나 첫 전원회의를 열었다. 심의에 착수한 뒤에도 연례행사가 되버린 노사 측의 회의 집단 퇴장·불참이 어김없이 이어졌다. 최저임금 의결 마지노선이 오는 15일로 정해지면서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11일까지 논의를 마무리 짓겠다”고 예고했고, 전날 열린 회의는 이날 새벽까지 이어져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그러나 이마저도 당초 심의 마감기한인 지난 6월27일을 훌쩍 넘긴 셈이다. 지금껏 심의 법정 기한을 지킨 건 8번 뿐이다.

 

정부가 ‘편향성’ 비판의 대안으로 내놓은 결정체계 이원화 개편안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여야 모두 개편에 대한 공감대는 있지만, 야당은 결정기준으로 기업의 지불능력이 고려돼야 하고 업종별 차등 적용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등 세부내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